EP.03 축제의 '본질'이 무엇인지 느끼게 하는 게 가장 중요하죠
콘서트를 보러오는 것이 아니니까.
/ 피스트레인 운영팀장 '김세훈'
기획은 상상에서부터 시작된다.여기, 그 상상을 실제로 눈앞에 만드는 마법사가 있다. 공연과 음악이 좋아 10여 년 전 페스티벌 백스테이지 매니저로 커리어를 시작한 김세훈은 시간이 흘러 현재 밴드 'CHS'가 소속되어 있는 '베리 하이 컴퍼니'의 수장이 됐다.
베리 하이 컴퍼니는 ‘공연, 페스티벌 기획 및 제작, 연출, 운영 / 음악 영상 콘텐츠 제작 / 아티스트 매니지먼트 및 A&R / 음악 관련 공간 운영’을 하는, 그야말로 덕업일치의 끝판왕. 그런데, 음악이라는 장르 안에서도 '기획자'라 불리우는 업들을 과연 같은 '기획자'일까? 역할마다 무엇이 다르고 임하는 마음은 어떻게 다를까. 피스트레인 운영팀장 '김세훈'을 밴드 CHS의 작업실이자, 주말에는 발리를 상상케하는 펍으로 변하는 모래내극락에서 만나보았다.
DMZ 피스트레인 뮤직페스티벌 운영팀장 김세훈 @모래내 극락
<김세훈>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DMZ 피스트레인 뮤직페스티벌 1회부터 함께한 운영팀장 김세훈이라고 합니다.
세훈 팀장님께서는 피스트레인 이외의 다양한 일도 하시죠. N잡의 시대, 몇 개의 직업을 가지고 계시는가요?
공연과 음악에 관련된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작합니다. 공연마다 제 역할이 달라요. 무대감독을 할 때도 있고, 연출할 때도 있고요. 음악 관련된 콘텐츠를 만드는 ‘베리하이 컴퍼니’의 디렉터로 소속 아티스트 CHS의 A&R과 매니지먼트도 하고요. 다양하지만 같은 방향과 맥락 속에서 일하고 있어요. 제가 생각하는 제 장점은 다양한 경험을 했고, 알기도 해서요. 가리지 않고 하고 있다는 거예요.(웃음)
취미 생활도 음악이신가요?
취미생활은 육아입니다.(웃음) 딸이 7살이라 음악 취향이 있는 건 아니고 만화 주제곡을 좋아하지만, 가끔 제가 일하는 공연장에 오면 재밌게 놀아요. 한 번은 제주도 스테핑 스톤 페스티벌에 같이 갔었는데요. 갤럭시 익스프레스 공연 때 딸이 앞으로 가고 싶다고 해서 목말 태우고 펜스를 잡았거든요. 그 모습이 인상적이었는지, 녹화돼서 유튜브에 올라왔더라고요.(웃음)
또 하나 꼽자면 요새는 주로 캠핑을 하러 갑니다. 원래 캠핑을 좋아하는 건 아니었는데, 예전에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을 갔다가 좋아하게 됐어요. 지금 쓰는 텐트, 침낭 등 장비들도 그때 샀어요. 그 당시 다니던 회사에 글래스톤베리를 가야 하니까 퇴사를 한다고 그랬어요.(웃음) 그랬더니 그냥 다녀오라고 하셔서, 한 달 정도 글래스톤베리 전후로 유럽도 여행하고 왔죠. 그리고 글래스톤베리 같은 캠핑을 할 수 있는 페스티벌을 진짜 해보고 싶다는 생각했어요. 특히 요즘 시국이 시국인지라 더 그런 생각을 많이 해요.
코시국, 음악과 공연하기 쉽지 않죠.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올 초까지만 해도 걱정이 많았어요. 주로 개인적으로 들어오는 쉽게 말해 남의 일을 했는데, 시국이 이러다 보니 일이 많이 줄었죠. 오히려 '지금 이 시기에 우리 일을 더 적극적으로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회사에 함께 일할 친구들을 채용하면서 준비하고 있어요.
@모래내극락
<A&R, 아티스트 매니지먼트 기획자 vs 공연/축제 기획자 ?>
베리하이컴퍼니는 ‘공연, 페스티벌 기획 및 제작, 연출, 운영 / 음악 영상 콘텐츠 제작 / 아티스트 매니지먼트 및 A&R / 음악 관련 공간 운영’이라 소개되어있던데, 할 수 있는 건 다 하시는 거 같아요. 그중에서도 요즘 가장 마음을 쓰는 일은 무엇일까요?
지금은 ‘저희 이름을 가지고 내세울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보자’가 커요. 소속 아티스트인 CHS가 곧 앨범이 나와서 관련된 기획을 하고 있고요. 제가 자체적으로 준비하는 소규모 캠핑 페스티벌을 의논하고, 아이데이션하고 있어요. 요즘 제가 다니는 곳이 가평에 있는 호명산 잣나무숲 캠핑장인데요. 작년 이맘때 쯤 CHS 가평 라이브 공연 영상을 이곳에서 촬영했어요. 장소가 너무 좋아서 계속 마음에 담아두다가 캠핑장 친구들이랑 친해져서 이야기가 나왔죠. 프로그래밍은 다 되어서 5월쯤 하려고 했는데, 사유지가 아니라 군이랑 기관들이랑 협의해야 하고, 돈도 준비해야 하고 실무를 해야 해서 가을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꼭 하고 싶어요.
CHS 가평 라이브 영상이 특히 좋았던 건, 영상 마지막 즈음에 뮤지션뿐 아니라 스텝분도 좋아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온라인 콘텐츠지만 현장감이 느껴져서 좋았어요.
밴드들이 악기를 다 짊어지고 음향 장비 들고 세팅했죠. 다 자기의 역할이 2개 이상인 거죠. 그리고 제가 현장 운영을 하면서 촬영도 하고 편집도 했어요. 그 많은 일을 하겠다고 하지만 어느 곳에도 수익 모델이 없어요. 돈을 많이 들여서 할 수가 없어서, 현장 분위기가 훨씬 더 좋았는데 온전히 담기지 못한 거 같아 아쉽긴 해요. 8월에 앨범이 나오면, 제주도에서 투어하면서 라이브 클립으로 찍어서 긴 영상을 제작하려고 합니다. CHS 이번 음반도 자연에 영감을 받아 만들어졌거든요.
CHS 음악의 특징은 대부분이 가사가 없잖아요. 그런데도 악기로 충분히 대화하는 느낌이 나고, 음악을 듣는 그 순간 바로 여행지로 데려가는 느낌이라 좋아요. 기획자 입장으로서 CHS의 매력 포인트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비슷한 거 같아요. 누구의 음악이든 음악이 주는 제일 큰 장점은 ‘상상’이라 생각하는데요. 청각을 제외하고도 다른 감각들을 활성화하는 게 가장 좋은 점이잖아요. CHS는 그 부분이 확실히 특화되어 있어요. 물론 추구하는 비주얼적 이미지도 있지만, ‘땡볕' 같은 곡은 창작자의 의도와는 다르게 다양한 감정을 느낀다고 피드백을 주시더라고요. 개인적으로 덕질하는 입장(웃음)에서 캠핑장에서 불멍 할 때 진짜 많이 들어요. 덕업일치라 하죠.
온스테이지 ‘땡볕’ 영상 댓글에 CHS 음악은 스폰지밥이 사는 비키니 시티의 음악 같다는 평도 인상적이었어요.(웃음) CHS와 어떻게 인연을 맺으셨는지 궁금해요.
CHS의 리더 최현석이랑 저랑 중학교 친구예요. 10년 동안 어떻게 살고있는지 모르고 있었는데요. 제가 예전에 일하던 회사 담당하던 행사에 현석이가 뮤지션으로 출연해서 만난 거죠. 그때 현석이는 ‘아폴로 18’이라는 밴드로 활동했거든요. 가끔 연락하고 지내다가 아폴로18이 해체되고, 어느 날 갑자기 만나자고해서 만났더니 ‘땡볕’ 이라는 곡을 들려주더라고요. 좋았어요. 싱글로 내보려고 한다길래 제가 ‘도와줄 게 있다면 도와줄게’라고 해서 시작된 거죠. 제가 음악을 워낙 좋아하니까 덕질한다는 생각으로 같이하게 됐어요.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에 매일 만났죠. 아티스트 매니지먼트를 하기 위해 회사도 만들었고, 코로나19 시기를 겪으면서 ‘더 본격적으로 우리 일을 해보자’라고 결정하게 된 거죠.
CHS 굿즈 @모래내극락
A&R, 기획자로서 아티스트와 일한다는 건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인가요?
뮤지션은 음악을 만드는 거고, 음악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기획자가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 팀들이 확실히 대중들에게 더 잘 전달된다 생각합니다. 창작의 과정을 기획자 입장에서 지켜보고, 음악 외적인 부분을 기획 의도를 가지고 시각적으로나 텍스트로나 어떤 커뮤니케이션 채널로 보이게 될지를 기획하는 거죠.
음악은 아티스트의 영역이라 생각해요. 저는 ‘너희가 잘되면 음악만 해서 먹고살도록 하고 싶다.’고 늘 말해요. 덕질의 끝은 이런 거죠. 아티스트가 음악만 집중 할 수 있게 하는 게 A&R과 기획자의 가장 이상적인 역할이죠.
어떤 경험으로 음악을 업으로까지 삼으셨나요? 가장 처음 했던 일은 무엇이고, 몇 살 즈음이셨는지도 궁금해요.
경영학과를 나왔어요. 관세사라는 시험공부도 하고 그랬는데, 군대 제대 즈음에 ‘내가 제일 재밌었던 게 뭐지?’라는 생각을 했어요. 고등학생 때 방송부를 했었던 기억이 떠오르더라고요. 방송제라는 축제를 기획했던 경험이 제일 재밌었더라고요. 공연 연출하는 일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해서, 제대하고 공연 연출, 기획을 알려주는 아카데미에 들어가게 됐어요. 지금 생각하면 완전 상술인데.(웃음) 그때 아카데미 선생님이 운영하던 회사에 들어가게 됐어요. 조연출로 일을 하다가 제가 연출을 하는 공연을 만들며 입봉을 하게 된 거죠.
제 사수가 ‘공연 연출가는 가장 낮은 수준에서 많은 사람에게 공감과 감동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하셨는데 저는 당시 20대고 자존감도 높고 치기 어릴 때라 ‘왜 그렇게 해야 하지?, 나는 예술 하고 싶은데.’(웃음) 라는 생각에 회사를 그만뒀어요. 그리고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을 운영하는 회사에 들어갔어요. 5년 정도 일했죠. 행사 대행도 하고 커머셜 일도 하면서 다양한 일을 해볼 수 있었어요. 그러다 계속 남의 일을 해야 하니까, 이제는 제 일을 해봐야겠다 싶어서 퇴사했죠. 그게 뭐가 될지 모르겠지만.
지나고 보니 그때 일했던 것들이 많은 도움이 됐죠. 피스트레인 공윤영 예술 감독님도 만나게 된 거고. 그러다 보니 지금 다양하게 일을 할 수 있는 거 같아요.
아티스트 매니지먼트와 A&R, 그리고 페스티벌 기획자가 같은 ‘기획자’라고 불리지만, 마인드는 어디에 중점을 두어야 하는지는 분명히 다르죠. 그렇다면 ‘피스트레인’과 같은 축제를 운영하고 기획하는 마음은 어떠실까요?
처음으로 일 했던 페스티벌에서 가장 처음 맡은 건 백스테이지 매니저 역할이었어요. 스케줄링과 테크라이더를 정리해서 무대 팀에 전달하고, 아티스트들이 왔을 때 편하게 있다가 공연을 마치고 갈 수 있게 하는 것부터 시작해 후에는 페스티벌 관객 운영까지 제 역할이었는데요. 그때는 이 공간을 철저하게 통제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정확한 규칙과 타임라인을 더 디테일하게 잘 잡아야 한다는 강박으로 3년을 일했는데요.
피스트레인에서 페스티벌이 원래 추구해야 하는 방향은 ‘통제’ 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많이 배웠어요. 물론 가장 기본적인 규칙이 있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편하게 즐기고 재밌게 놀다 갈 수 있는 페스티벌의 ‘본질'을 느끼게 해줘야한다는 것을요. ‘이런 라인업을 불러야 집객이 잘된다’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고, ‘명확하게 페스티벌이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어야 한다’라는 것을요. 피스트레인에서 제 역할은 운영파트니까, 그에 맞는 방향성으로 운영 원칙이나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많이 배웠죠. 사람들이 느꼈으면 하는 부분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배웠죠.
김세훈 운영팀장의 뒷모습 @DMZ 피스트레인 뮤직페스티벌 운영본부 HQ
<DMZ PEACETRAIN MUSIC FESTIVAL 2021?>
피스트레인과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되신 거에요?
피스트레인의 단초가 된 잔다리 페스타의 무대감독 같은 일을 하다가, 잔다리 페스타 총감독님이시자 피스트레인 예술감독님이신 공윤영 감독님께서 피스트레인을 한다는 소식을 들려주셨어요. 그때 제가 공감독님께 피스트레인에 있으면 좋을 것 같은 기획을 드래프트한 페이퍼로 만들어 전달했죠. 몇 달 동안 연락이 없으시다가, 갑자기 연락이 와서 철원에 가자고 하셨어요. 그사이에 많은 논의가 있었겠죠.
고석정을 갔는데 눈이 되게 많이 왔거든요. 인상적이었어요. 놀이동산도 있고, 희한한 바이브가 있었지만, 현실성이 있다고 생각은 안 했어요. 그러다 어느 날 진짜로 하신다고(웃음), 저는 운영 파트를 맡게 된 거죠. 1회가 끝나고 나서도 되게 비현실적이었어요. 페스티벌 운영은 통제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입장에서 이건 페스티벌이 끝날 때까지도 말이 안 됐거든요.
운영팀장님 입장에서, 피스트레인 현장 어떤 점이 가장 비현실적으로 느끼셨을까요?
대부분 페스티벌이 운영 안내를 할 때 ‘뭐하면 안 되고, 뭐하면 안 돼'라는 커뮤니케이션을 하는데, 피스트레인은 관객들이 깃발을 흔들거나, 술과 음식을 자유롭게 들고 온다던가, 조금 느슨했던 거죠. 1회는 완전히 유료화된 페스티벌이 아니었기에 느슨하게 운영이 가능했던 건데, 결과적으로 관객들에게 좋은 경험을 하게 한 거죠. 1회 때는 의도하지 않았지만 관객평도 좋고 원초적인 축제의 모습을 볼 수 있었으니, 2회에는 아예 느슨하게 커뮤니케이션을 해보자고 했었죠.
제가 생각하기에는 운이 좋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운이 좋았던 것도 맞지만, 피스트레인만이 줄 수 있는 메시지가 명확했구나! 그리고 함께 일한 수많은 사람이 모두 그 방향성에 공감했기에 가능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애정이 많습니다. 운영은 기획 이후의 일이라 항상 기다리고 있어요. 제가 뭐라도 하고 싶어서.(웃음)
작년 운영 회의 때 재미 요소에 대한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나왔잖아요. 거리두기 계획도 짜시고, 인상깊었던 것들이 있을까요? 작년에 준비를 많이 하셨는데 특히 아쉬우셨을 것 같아요.
기획과 운영이 결합하는 페스티벌의 색깔을 잃지 않으면서 지침들을 적절히 지킬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많이 고민했죠. 단순히 ‘여기부터 저기까지 거리를 두세요’의 커뮤니케이션이 아닌,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거리두기를 하면서 페스티벌을 즐길 수 있도록요. 튜브를 끼자고 하는 의견도 있었고.(웃음)
저희 2회 슬로건은 ‘서로에게 선을 긋지 말고 춤을 추자’인데 이 시국에 이야기하는 건 사회적 거리를 두라고 하고, 선을 그으라고 하니까,,, 그런데도 피스트레인은 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 했어요. 피스트레인스러운 방식으로요. 무엇보다 못해서 아쉽죠.
코로나 시국을 겪으면서 페스티벌 ‘운영’단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특히나 거리 두기를 해야 하는 시국에, 운영팀장님께서 구체적으로 하는 업무는 무엇일까요? 2박 3일 현장을 위해 어디까지 생각하시는지 궁금해요.
첫 번째는 ‘기획 의도를 효과적으로 잘 살리자’, 두 번째는 ‘사람들이 불편해하지 않는 선에서 최소한의 통제로 안전하게 즐길 수 있도록 동선을 잘 잡자’를 가장 많이 생각해요.
기획 다음의 일이라고 말씀드렸지만, 기획과 운영을 떼놓을 수 없으니 기획 때부터 연결해서 생각하죠. 기획에 따라 콘텐츠를 어떻게 배치하고 동선을 어떻게 짤 건지. 무대가 달라진다거나, 다른 부대 프로그램들이 어떻게 있느냐에 따라 각각 어떤 무대가 어디에 위치하는 게 좋을지 생각해보기도 하고요. 제일 중요한 것은 ‘안전’이니까 가장 고민하는 부분이죠. 예를 들면 첫 회 때는 공간에 대해서 이해도가 떨어지니까 어디에만 동선이 몰린다든지, 관객들이 몰렸을 때 잼이 일어난다거나 해서 다음 회 때 보완을 했죠.
생각의 전환을 해보자면, 집객하는 방식이나 달라지기도 하고, 모을 수 있는 사람 숫자도 적어지니까 그 부분은 부담이 적은 거 같아요. 움직임에 대한 부담이 적지만 기본적으로 지켜야 하는 지침들이 생겼으니까, 사회적 거리 두기를 유지하면서 페스티벌 색깔을 안 잃는 게 가장 중요하죠. 콘서트를 보러오는 게 아니니까. 기획요소에 ‘페스티벌’을 느낄 수 있는 포인트가 남아있으면 좋겠고, 거리 두기를 하면서 보더라도 재미 요소들이 남아있었으면 좋겠죠.
운영단이 생각을 현실에 실현하는거니까 마법사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말이니깐요. 현실은 시궁창입니다. (웃음) 현장에 가면 저는 인이어와 무전기를 양쪽에 끼고 카카오톡으로 커뮤니케이션을 계속하죠. 현장에서 주된 업무는 컴플레인하는 사람들을 설득하는 것이에요. 2회 때 첫날은 비가 많이 와서 저 혼자 엄청 예민해서, 다른 분들이 엄청 눈치를 보셨죠. 마지막 날은 조금 예민함이 덜하긴 했는데, 운영단은 페스티벌을 즐기지를 못하죠. 관객뿐 아니라 아티스트가 무대에 올라가기 전까지의 역할을 하니까 긴장할 수 밖에 없죠. 백스테이지도 케어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신경 써야 하니까 쉽지 않아요. 그런 면에서 페스티벌의 꽃은 운영이라고 생각합니다. 힘들고, 아무도 알아주지 않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웃음) 1회 때 걱정을 많이 했었는데, 관객 피드백이 ‘운영이 정말 좋았다’라는 것을 보고 다행이었고 보람도 느꼈죠.
가기 전까지 엄청 기대하고 페스티벌 사이트로 입장했을 때, 운영이 페스티벌다운 느낌을 받지 못하면 괜히 안가니만 못한 느낌이죠. 그런면에서 ‘운영이 좋았다’라는 피드백은 일하는 사람이 엄청 치열했다는 것을 증명하는 거네요. 그래서 올해, 피스트레인을 스포하자면요?
아직 스포할 수 있는 것들이 많지는 않지만. ‘코로나지만 단순히 지침을 지켜야 합니다’만 하면 피스트레인스럽지 않으니까, 기획과 운영이 같이 아이디어를 내야겠죠. 의견이자 바램과 피스트레인을 하겠다면 의지 표명입니다.
마지막으로 피스트레인 관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진정한 페스티벌의 재미를 찾아가셨으면 좋겠어요.
<사랑과 평화를 찾아서>는 릴레이 인터뷰인데요. 다음 인터뷰를 진행할 분께 궁금한 점을 마지막으로 인터뷰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누가됐든, 너무 진지한 거까진 아니지만, 코로나를 겪으면서 개인적으로나 일로나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그리고 오히려 긍정적인 부분을 찾았다면 어떤 게 있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코로나 동안 제가 해보고 싶은 걸 시도해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는 긍정적인 부분이 있었거든요. 사람들의 삶을 되게 많이 바꿨으니까, 특히 음악산업에 종사하는 분들은요.
@모래내극락
P.S 평소에 평화를 어디서 찾으세요?
불멍. 캠핑을 좋아하는 이유가 불멍이에요. 저는 주로 두가지 타입의 캠핑을 해요. 첫 째는 아이와 함께하는 캠핑, 두 번째는 친구들이나 소규모로 가는 캠핑. 아이랑가면 치열하거든요. 어떤 캠핑을 가든 아이를 재워놓고 불멍할때가 평화입니다. 치열한 과정이 끝난 다음에 오는 순간들. 사실 평화는 치열한 거니까.
"남북 정상 회담 1주년에, 판문점에서 공연 행사를 진행했었어요.
사전에 선곡한 게 있었거든요. 그걸 드려보고 싶네요." by 김세훈
Spotify ➡ https://spoti.fi/38UCbDH
Youtube ➡ https://bit.ly/3jYF7FO
상상은 자유니까 누구나 할 수 있겠지만 과연 상상을 실현 시킬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라 감히 이야기 해본다. 좋아하는 것을 업으로 만들기까지 얼마나 치열한 시간들과 평화가 찾아왔을까. 내 안의 파도를 잠재워놓고 다시 한 번 힘차게 나아갈 때, 그 순간 가장 잊을 수 없는 평화가 찾아온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며.
☮ 인터뷰, 글, 사진 | 장채영 (피스트레인 콘텐츠 매니저)
☮ Venue | 모래내극락
☮ 발행 | DMZ 피스트레인 뮤직페스티벌
기획은 상상에서부터 시작된다.여기, 그 상상을 실제로 눈앞에 만드는 마법사가 있다. 공연과 음악이 좋아 10여 년 전 페스티벌 백스테이지 매니저로 커리어를 시작한 김세훈은 시간이 흘러 현재 밴드 'CHS'가 소속되어 있는 '베리 하이 컴퍼니'의 수장이 됐다.
베리 하이 컴퍼니는 ‘공연, 페스티벌 기획 및 제작, 연출, 운영 / 음악 영상 콘텐츠 제작 / 아티스트 매니지먼트 및 A&R / 음악 관련 공간 운영’을 하는, 그야말로 덕업일치의 끝판왕. 그런데, 음악이라는 장르 안에서도 '기획자'라 불리우는 업들을 과연 같은 '기획자'일까? 역할마다 무엇이 다르고 임하는 마음은 어떻게 다를까. 피스트레인 운영팀장 '김세훈'을 밴드 CHS의 작업실이자, 주말에는 발리를 상상케하는 펍으로 변하는 모래내극락에서 만나보았다.
DMZ 피스트레인 뮤직페스티벌 운영팀장 김세훈 @모래내 극락
<김세훈>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DMZ 피스트레인 뮤직페스티벌 1회부터 함께한 운영팀장 김세훈이라고 합니다.
세훈 팀장님께서는 피스트레인 이외의 다양한 일도 하시죠. N잡의 시대, 몇 개의 직업을 가지고 계시는가요?
공연과 음악에 관련된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작합니다. 공연마다 제 역할이 달라요. 무대감독을 할 때도 있고, 연출할 때도 있고요. 음악 관련된 콘텐츠를 만드는 ‘베리하이 컴퍼니’의 디렉터로 소속 아티스트 CHS의 A&R과 매니지먼트도 하고요. 다양하지만 같은 방향과 맥락 속에서 일하고 있어요. 제가 생각하는 제 장점은 다양한 경험을 했고, 알기도 해서요. 가리지 않고 하고 있다는 거예요.(웃음)
취미 생활도 음악이신가요?
취미생활은 육아입니다.(웃음) 딸이 7살이라 음악 취향이 있는 건 아니고 만화 주제곡을 좋아하지만, 가끔 제가 일하는 공연장에 오면 재밌게 놀아요. 한 번은 제주도 스테핑 스톤 페스티벌에 같이 갔었는데요. 갤럭시 익스프레스 공연 때 딸이 앞으로 가고 싶다고 해서 목말 태우고 펜스를 잡았거든요. 그 모습이 인상적이었는지, 녹화돼서 유튜브에 올라왔더라고요.(웃음)
또 하나 꼽자면 요새는 주로 캠핑을 하러 갑니다. 원래 캠핑을 좋아하는 건 아니었는데, 예전에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을 갔다가 좋아하게 됐어요. 지금 쓰는 텐트, 침낭 등 장비들도 그때 샀어요. 그 당시 다니던 회사에 글래스톤베리를 가야 하니까 퇴사를 한다고 그랬어요.(웃음) 그랬더니 그냥 다녀오라고 하셔서, 한 달 정도 글래스톤베리 전후로 유럽도 여행하고 왔죠. 그리고 글래스톤베리 같은 캠핑을 할 수 있는 페스티벌을 진짜 해보고 싶다는 생각했어요. 특히 요즘 시국이 시국인지라 더 그런 생각을 많이 해요.
코시국, 음악과 공연하기 쉽지 않죠.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올 초까지만 해도 걱정이 많았어요. 주로 개인적으로 들어오는 쉽게 말해 남의 일을 했는데, 시국이 이러다 보니 일이 많이 줄었죠. 오히려 '지금 이 시기에 우리 일을 더 적극적으로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회사에 함께 일할 친구들을 채용하면서 준비하고 있어요.
@모래내극락
<A&R, 아티스트 매니지먼트 기획자 vs 공연/축제 기획자 ?>
베리하이컴퍼니는 ‘공연, 페스티벌 기획 및 제작, 연출, 운영 / 음악 영상 콘텐츠 제작 / 아티스트 매니지먼트 및 A&R / 음악 관련 공간 운영’이라 소개되어있던데, 할 수 있는 건 다 하시는 거 같아요. 그중에서도 요즘 가장 마음을 쓰는 일은 무엇일까요?
지금은 ‘저희 이름을 가지고 내세울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보자’가 커요. 소속 아티스트인 CHS가 곧 앨범이 나와서 관련된 기획을 하고 있고요. 제가 자체적으로 준비하는 소규모 캠핑 페스티벌을 의논하고, 아이데이션하고 있어요. 요즘 제가 다니는 곳이 가평에 있는 호명산 잣나무숲 캠핑장인데요. 작년 이맘때 쯤 CHS 가평 라이브 공연 영상을 이곳에서 촬영했어요. 장소가 너무 좋아서 계속 마음에 담아두다가 캠핑장 친구들이랑 친해져서 이야기가 나왔죠. 프로그래밍은 다 되어서 5월쯤 하려고 했는데, 사유지가 아니라 군이랑 기관들이랑 협의해야 하고, 돈도 준비해야 하고 실무를 해야 해서 가을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꼭 하고 싶어요.
CHS 가평 라이브 영상이 특히 좋았던 건, 영상 마지막 즈음에 뮤지션뿐 아니라 스텝분도 좋아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온라인 콘텐츠지만 현장감이 느껴져서 좋았어요.
밴드들이 악기를 다 짊어지고 음향 장비 들고 세팅했죠. 다 자기의 역할이 2개 이상인 거죠. 그리고 제가 현장 운영을 하면서 촬영도 하고 편집도 했어요. 그 많은 일을 하겠다고 하지만 어느 곳에도 수익 모델이 없어요. 돈을 많이 들여서 할 수가 없어서, 현장 분위기가 훨씬 더 좋았는데 온전히 담기지 못한 거 같아 아쉽긴 해요. 8월에 앨범이 나오면, 제주도에서 투어하면서 라이브 클립으로 찍어서 긴 영상을 제작하려고 합니다. CHS 이번 음반도 자연에 영감을 받아 만들어졌거든요.
CHS 음악의 특징은 대부분이 가사가 없잖아요. 그런데도 악기로 충분히 대화하는 느낌이 나고, 음악을 듣는 그 순간 바로 여행지로 데려가는 느낌이라 좋아요. 기획자 입장으로서 CHS의 매력 포인트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비슷한 거 같아요. 누구의 음악이든 음악이 주는 제일 큰 장점은 ‘상상’이라 생각하는데요. 청각을 제외하고도 다른 감각들을 활성화하는 게 가장 좋은 점이잖아요. CHS는 그 부분이 확실히 특화되어 있어요. 물론 추구하는 비주얼적 이미지도 있지만, ‘땡볕' 같은 곡은 창작자의 의도와는 다르게 다양한 감정을 느낀다고 피드백을 주시더라고요. 개인적으로 덕질하는 입장(웃음)에서 캠핑장에서 불멍 할 때 진짜 많이 들어요. 덕업일치라 하죠.
온스테이지 ‘땡볕’ 영상 댓글에 CHS 음악은 스폰지밥이 사는 비키니 시티의 음악 같다는 평도 인상적이었어요.(웃음) CHS와 어떻게 인연을 맺으셨는지 궁금해요.
CHS의 리더 최현석이랑 저랑 중학교 친구예요. 10년 동안 어떻게 살고있는지 모르고 있었는데요. 제가 예전에 일하던 회사 담당하던 행사에 현석이가 뮤지션으로 출연해서 만난 거죠. 그때 현석이는 ‘아폴로 18’이라는 밴드로 활동했거든요. 가끔 연락하고 지내다가 아폴로18이 해체되고, 어느 날 갑자기 만나자고해서 만났더니 ‘땡볕’ 이라는 곡을 들려주더라고요. 좋았어요. 싱글로 내보려고 한다길래 제가 ‘도와줄 게 있다면 도와줄게’라고 해서 시작된 거죠. 제가 음악을 워낙 좋아하니까 덕질한다는 생각으로 같이하게 됐어요.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에 매일 만났죠. 아티스트 매니지먼트를 하기 위해 회사도 만들었고, 코로나19 시기를 겪으면서 ‘더 본격적으로 우리 일을 해보자’라고 결정하게 된 거죠.
CHS 굿즈 @모래내극락
A&R, 기획자로서 아티스트와 일한다는 건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인가요?
뮤지션은 음악을 만드는 거고, 음악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기획자가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 팀들이 확실히 대중들에게 더 잘 전달된다 생각합니다. 창작의 과정을 기획자 입장에서 지켜보고, 음악 외적인 부분을 기획 의도를 가지고 시각적으로나 텍스트로나 어떤 커뮤니케이션 채널로 보이게 될지를 기획하는 거죠.
음악은 아티스트의 영역이라 생각해요. 저는 ‘너희가 잘되면 음악만 해서 먹고살도록 하고 싶다.’고 늘 말해요. 덕질의 끝은 이런 거죠. 아티스트가 음악만 집중 할 수 있게 하는 게 A&R과 기획자의 가장 이상적인 역할이죠.
어떤 경험으로 음악을 업으로까지 삼으셨나요? 가장 처음 했던 일은 무엇이고, 몇 살 즈음이셨는지도 궁금해요.
경영학과를 나왔어요. 관세사라는 시험공부도 하고 그랬는데, 군대 제대 즈음에 ‘내가 제일 재밌었던 게 뭐지?’라는 생각을 했어요. 고등학생 때 방송부를 했었던 기억이 떠오르더라고요. 방송제라는 축제를 기획했던 경험이 제일 재밌었더라고요. 공연 연출하는 일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해서, 제대하고 공연 연출, 기획을 알려주는 아카데미에 들어가게 됐어요. 지금 생각하면 완전 상술인데.(웃음) 그때 아카데미 선생님이 운영하던 회사에 들어가게 됐어요. 조연출로 일을 하다가 제가 연출을 하는 공연을 만들며 입봉을 하게 된 거죠.
제 사수가 ‘공연 연출가는 가장 낮은 수준에서 많은 사람에게 공감과 감동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하셨는데 저는 당시 20대고 자존감도 높고 치기 어릴 때라 ‘왜 그렇게 해야 하지?, 나는 예술 하고 싶은데.’(웃음) 라는 생각에 회사를 그만뒀어요. 그리고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을 운영하는 회사에 들어갔어요. 5년 정도 일했죠. 행사 대행도 하고 커머셜 일도 하면서 다양한 일을 해볼 수 있었어요. 그러다 계속 남의 일을 해야 하니까, 이제는 제 일을 해봐야겠다 싶어서 퇴사했죠. 그게 뭐가 될지 모르겠지만.
지나고 보니 그때 일했던 것들이 많은 도움이 됐죠. 피스트레인 공윤영 예술 감독님도 만나게 된 거고. 그러다 보니 지금 다양하게 일을 할 수 있는 거 같아요.
아티스트 매니지먼트와 A&R, 그리고 페스티벌 기획자가 같은 ‘기획자’라고 불리지만, 마인드는 어디에 중점을 두어야 하는지는 분명히 다르죠. 그렇다면 ‘피스트레인’과 같은 축제를 운영하고 기획하는 마음은 어떠실까요?
처음으로 일 했던 페스티벌에서 가장 처음 맡은 건 백스테이지 매니저 역할이었어요. 스케줄링과 테크라이더를 정리해서 무대 팀에 전달하고, 아티스트들이 왔을 때 편하게 있다가 공연을 마치고 갈 수 있게 하는 것부터 시작해 후에는 페스티벌 관객 운영까지 제 역할이었는데요. 그때는 이 공간을 철저하게 통제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정확한 규칙과 타임라인을 더 디테일하게 잘 잡아야 한다는 강박으로 3년을 일했는데요.
피스트레인에서 페스티벌이 원래 추구해야 하는 방향은 ‘통제’ 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많이 배웠어요. 물론 가장 기본적인 규칙이 있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편하게 즐기고 재밌게 놀다 갈 수 있는 페스티벌의 ‘본질'을 느끼게 해줘야한다는 것을요. ‘이런 라인업을 불러야 집객이 잘된다’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고, ‘명확하게 페스티벌이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어야 한다’라는 것을요. 피스트레인에서 제 역할은 운영파트니까, 그에 맞는 방향성으로 운영 원칙이나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많이 배웠죠. 사람들이 느꼈으면 하는 부분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배웠죠.
김세훈 운영팀장의 뒷모습 @DMZ 피스트레인 뮤직페스티벌 운영본부 HQ
<DMZ PEACETRAIN MUSIC FESTIVAL 2021?>
피스트레인과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되신 거에요?
피스트레인의 단초가 된 잔다리 페스타의 무대감독 같은 일을 하다가, 잔다리 페스타 총감독님이시자 피스트레인 예술감독님이신 공윤영 감독님께서 피스트레인을 한다는 소식을 들려주셨어요. 그때 제가 공감독님께 피스트레인에 있으면 좋을 것 같은 기획을 드래프트한 페이퍼로 만들어 전달했죠. 몇 달 동안 연락이 없으시다가, 갑자기 연락이 와서 철원에 가자고 하셨어요. 그사이에 많은 논의가 있었겠죠.
고석정을 갔는데 눈이 되게 많이 왔거든요. 인상적이었어요. 놀이동산도 있고, 희한한 바이브가 있었지만, 현실성이 있다고 생각은 안 했어요. 그러다 어느 날 진짜로 하신다고(웃음), 저는 운영 파트를 맡게 된 거죠. 1회가 끝나고 나서도 되게 비현실적이었어요. 페스티벌 운영은 통제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입장에서 이건 페스티벌이 끝날 때까지도 말이 안 됐거든요.
운영팀장님 입장에서, 피스트레인 현장 어떤 점이 가장 비현실적으로 느끼셨을까요?
대부분 페스티벌이 운영 안내를 할 때 ‘뭐하면 안 되고, 뭐하면 안 돼'라는 커뮤니케이션을 하는데, 피스트레인은 관객들이 깃발을 흔들거나, 술과 음식을 자유롭게 들고 온다던가, 조금 느슨했던 거죠. 1회는 완전히 유료화된 페스티벌이 아니었기에 느슨하게 운영이 가능했던 건데, 결과적으로 관객들에게 좋은 경험을 하게 한 거죠. 1회 때는 의도하지 않았지만 관객평도 좋고 원초적인 축제의 모습을 볼 수 있었으니, 2회에는 아예 느슨하게 커뮤니케이션을 해보자고 했었죠.
제가 생각하기에는 운이 좋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운이 좋았던 것도 맞지만, 피스트레인만이 줄 수 있는 메시지가 명확했구나! 그리고 함께 일한 수많은 사람이 모두 그 방향성에 공감했기에 가능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애정이 많습니다. 운영은 기획 이후의 일이라 항상 기다리고 있어요. 제가 뭐라도 하고 싶어서.(웃음)
작년 운영 회의 때 재미 요소에 대한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나왔잖아요. 거리두기 계획도 짜시고, 인상깊었던 것들이 있을까요? 작년에 준비를 많이 하셨는데 특히 아쉬우셨을 것 같아요.
기획과 운영이 결합하는 페스티벌의 색깔을 잃지 않으면서 지침들을 적절히 지킬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많이 고민했죠. 단순히 ‘여기부터 저기까지 거리를 두세요’의 커뮤니케이션이 아닌,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거리두기를 하면서 페스티벌을 즐길 수 있도록요. 튜브를 끼자고 하는 의견도 있었고.(웃음)
저희 2회 슬로건은 ‘서로에게 선을 긋지 말고 춤을 추자’인데 이 시국에 이야기하는 건 사회적 거리를 두라고 하고, 선을 그으라고 하니까,,, 그런데도 피스트레인은 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 했어요. 피스트레인스러운 방식으로요. 무엇보다 못해서 아쉽죠.
코로나 시국을 겪으면서 페스티벌 ‘운영’단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특히나 거리 두기를 해야 하는 시국에, 운영팀장님께서 구체적으로 하는 업무는 무엇일까요? 2박 3일 현장을 위해 어디까지 생각하시는지 궁금해요.
첫 번째는 ‘기획 의도를 효과적으로 잘 살리자’, 두 번째는 ‘사람들이 불편해하지 않는 선에서 최소한의 통제로 안전하게 즐길 수 있도록 동선을 잘 잡자’를 가장 많이 생각해요.
기획 다음의 일이라고 말씀드렸지만, 기획과 운영을 떼놓을 수 없으니 기획 때부터 연결해서 생각하죠. 기획에 따라 콘텐츠를 어떻게 배치하고 동선을 어떻게 짤 건지. 무대가 달라진다거나, 다른 부대 프로그램들이 어떻게 있느냐에 따라 각각 어떤 무대가 어디에 위치하는 게 좋을지 생각해보기도 하고요. 제일 중요한 것은 ‘안전’이니까 가장 고민하는 부분이죠. 예를 들면 첫 회 때는 공간에 대해서 이해도가 떨어지니까 어디에만 동선이 몰린다든지, 관객들이 몰렸을 때 잼이 일어난다거나 해서 다음 회 때 보완을 했죠.
생각의 전환을 해보자면, 집객하는 방식이나 달라지기도 하고, 모을 수 있는 사람 숫자도 적어지니까 그 부분은 부담이 적은 거 같아요. 움직임에 대한 부담이 적지만 기본적으로 지켜야 하는 지침들이 생겼으니까, 사회적 거리 두기를 유지하면서 페스티벌 색깔을 안 잃는 게 가장 중요하죠. 콘서트를 보러오는 게 아니니까. 기획요소에 ‘페스티벌’을 느낄 수 있는 포인트가 남아있으면 좋겠고, 거리 두기를 하면서 보더라도 재미 요소들이 남아있었으면 좋겠죠.
운영단이 생각을 현실에 실현하는거니까 마법사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말이니깐요. 현실은 시궁창입니다. (웃음) 현장에 가면 저는 인이어와 무전기를 양쪽에 끼고 카카오톡으로 커뮤니케이션을 계속하죠. 현장에서 주된 업무는 컴플레인하는 사람들을 설득하는 것이에요. 2회 때 첫날은 비가 많이 와서 저 혼자 엄청 예민해서, 다른 분들이 엄청 눈치를 보셨죠. 마지막 날은 조금 예민함이 덜하긴 했는데, 운영단은 페스티벌을 즐기지를 못하죠. 관객뿐 아니라 아티스트가 무대에 올라가기 전까지의 역할을 하니까 긴장할 수 밖에 없죠. 백스테이지도 케어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신경 써야 하니까 쉽지 않아요. 그런 면에서 페스티벌의 꽃은 운영이라고 생각합니다. 힘들고, 아무도 알아주지 않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웃음) 1회 때 걱정을 많이 했었는데, 관객 피드백이 ‘운영이 정말 좋았다’라는 것을 보고 다행이었고 보람도 느꼈죠.
가기 전까지 엄청 기대하고 페스티벌 사이트로 입장했을 때, 운영이 페스티벌다운 느낌을 받지 못하면 괜히 안가니만 못한 느낌이죠. 그런면에서 ‘운영이 좋았다’라는 피드백은 일하는 사람이 엄청 치열했다는 것을 증명하는 거네요. 그래서 올해, 피스트레인을 스포하자면요?
아직 스포할 수 있는 것들이 많지는 않지만. ‘코로나지만 단순히 지침을 지켜야 합니다’만 하면 피스트레인스럽지 않으니까, 기획과 운영이 같이 아이디어를 내야겠죠. 의견이자 바램과 피스트레인을 하겠다면 의지 표명입니다.
마지막으로 피스트레인 관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진정한 페스티벌의 재미를 찾아가셨으면 좋겠어요.
<사랑과 평화를 찾아서>는 릴레이 인터뷰인데요. 다음 인터뷰를 진행할 분께 궁금한 점을 마지막으로 인터뷰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누가됐든, 너무 진지한 거까진 아니지만, 코로나를 겪으면서 개인적으로나 일로나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그리고 오히려 긍정적인 부분을 찾았다면 어떤 게 있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코로나 동안 제가 해보고 싶은 걸 시도해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는 긍정적인 부분이 있었거든요. 사람들의 삶을 되게 많이 바꿨으니까, 특히 음악산업에 종사하는 분들은요.
@모래내극락
P.S 평소에 평화를 어디서 찾으세요?
불멍. 캠핑을 좋아하는 이유가 불멍이에요. 저는 주로 두가지 타입의 캠핑을 해요. 첫 째는 아이와 함께하는 캠핑, 두 번째는 친구들이나 소규모로 가는 캠핑. 아이랑가면 치열하거든요. 어떤 캠핑을 가든 아이를 재워놓고 불멍할때가 평화입니다. 치열한 과정이 끝난 다음에 오는 순간들. 사실 평화는 치열한 거니까.
"남북 정상 회담 1주년에, 판문점에서 공연 행사를 진행했었어요.
사전에 선곡한 게 있었거든요. 그걸 드려보고 싶네요." by 김세훈
Spotify ➡ https://spoti.fi/38UCbDH
Youtube ➡ https://bit.ly/3jYF7FO
상상은 자유니까 누구나 할 수 있겠지만 과연 상상을 실현 시킬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라 감히 이야기 해본다. 좋아하는 것을 업으로 만들기까지 얼마나 치열한 시간들과 평화가 찾아왔을까. 내 안의 파도를 잠재워놓고 다시 한 번 힘차게 나아갈 때, 그 순간 가장 잊을 수 없는 평화가 찾아온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며.
☮ 인터뷰, 글, 사진 | 장채영 (피스트레인 콘텐츠 매니저)
☮ Venue | 모래내극락
☮ 발행 | DMZ 피스트레인 뮤직페스티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