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당연했던 일상의 소중함 / 김조성

2020-06-22


당연했던 일상의 소중함 / 김조성


 국내외 페스티벌 및 공연 소식을 전하며 관련 콘텐츠를 다루는 SNS 채널 페스티벌 라이프(이하 페라)를 2년간 운영해오다 지난 3월, 플랫폼을 확장해 공식 홈페이지를 오픈했다. 오픈 이벤트도 열고 많은 축하를 받으며 이대로 많은 방문을 기대했지만 이내 조용해졌다. 홈페이지도 코로나19의 영향을 피할 수 없었다. 페라에서 다루는 주요 콘텐츠인 새로운 공연 소식이 없으니 유저들이 방문할 이유 자체가 사라졌다. 여기에 공연 연기나 취소 같은 슬픈 소식만 전해주는 상황이 지속되었다. 그래도 여름에는 끝날 것처럼 예상했다. 하지만 끝날 것만 같았던 국내 코로나19 상황은 5월에 다시 악화되었고 이러다 진짜 올여름 락페는 모두 포기해야 되나 싶었다. 그렇게 6월이 오고 여름이 시작되었지만 놀랍게도 페스티벌은 단 하나도 열리지 않았다. 예정되었던 페스티벌은 모두 늦여름이나 가을로 일정이 연기되었고 취소된 곳도 많았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오늘도 페스티벌 1개가 연기되고 1개가 취소됐다.


ⓒ DMZ PEACE TRAIN MUSIC FESTIVAL


 상황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은 채 장기화되며 2020년의 절반이 지나갔고 많은 분야의 산업들이 어려워졌다. 그중에는 음악팬들이 즐겨 찾는 공연과 페스티벌을 만드는 공연업계도 큰 피해를 보았다. 당장 해외 아티스트의 출입국이 어려워져 내한공연과 페스티벌이 잇따라 취소되었고 국내 아티스트들로만 열리는 페스티벌도 한 공간에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특수성 때문에 개최 자체가 어려워졌다.


 많은 사람들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그중에도 공연업계 종사자들과 가까이 알고 지내기에 그들의 고통에 더욱 공감할 수밖에 없다. 매일 상시로 운영하는 업과 달리 공연업은 페스티벌과 공연이 열리는 날이 365일 중 단 며칠뿐이다. 그 며칠의 수입이 대부분이라 한두 번의 취소가 그들에겐 매우 큰 타격이다. 그래서 어느 정도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일정을 연기해 진행하려는 그들의 입장이 이해된다. 방역 수칙을 철저히 준수하며 대비하던 그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국가적 재난을 선포할 만큼 상황이 심해지면서 결국 모두 취소되었다.


 그중에 유일하게 열렸던 페스티벌이자 나의 공연 인생에 크게 기억될 페스티벌이 있었으니 바로 ‘해브 어 나이스 데이(H.AN.D)’다. 세계 최초 온라인 생중계 뮤직 페스티벌이자 2020년 국내 최초로 열리는 야외 뮤직 페스티벌이란 타이틀로 공연계에 길이 남을 역사가 되었다. 페스티벌 행사장, 아티스트, 무대, 스태프, 조명, 특수효과 등 관객만을 제외한 모든 것이 실제 페스티벌이 열리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페스티벌은 온라인으로 생중계되어 전국의 음악팬들이 있는 곳으로 찾아갔다.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을 가장 편안한 장소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볼 수 있는 페스티벌이 어디 또 있을까. 라인업에 올랐던 아티스트들 모두 그대로 나왔고 우리는 여느 때와 같이 타임테이블을 보며 페스티벌을 즐길 수 있었다. 평소에 가던 곳은 아니었지만 그것을 떠나 큰 감동을 주었다. 한차례 연기되며 오랫동안 기다렸을 관객들에게, 더 넓게는 음악팬들에게 큰 위안이 되지 않았을까.


 그래서 페라에도 자발적으로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내용을 공유하며 홍보도 했다. 평소라면 절대 사지 않을 귀여운 굿즈도 하나 샀다. 개인적인 기념과 함께 이번 페스티벌이 열리기까지 오랜 기간 동안 맘고생하며 준비했을 스태프들에게 감사하고 응원하는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 마지막 공연이 끝나고 모든 스태프의 이름이 올라가는 엔딩크레딧까지 보았는데 이전과는 다른 감동으로 몰려와 눈물이 찔끔 났다. 생각하면 바로 얼굴이 떠오르는 사람들이 있어 더 울컥했나 보다. 관객으로서도 제대로 된 공연 하나 보기도 힘든 상황인데 그 어려운 공연들이 계속 열리는 페스티벌을 만든 스태프들은 얼마나 고생했을까. 불가항력에 가까운 상황으로 취소되는 페스티벌의 티켓까지 모두 환불했음에도 개최를 결정한 주최 측에게 무한한 존경과 감사함을 느낀다.


후지록 페스티벌 2019 보드 워크 ⓒ김조성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공연계가 나아갈 길을 찾고 있다는 것이 관객으로서 페라 운영자로서 큰 힘이 되었다. 덕분에 페라도 방구석 콘텐츠와 같이 다양한 대안을 찾아 팔로워들과 이 시기를 함께 극복하며 즐기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장기화되는 상황 속에 공연계는 대안으로 랜선 라이브를 진행하기 시작했고 그 자체가 관객들에겐 신선하고 색다른 경험이었다. 임시방편이었던 랜선 라이브가 전 세계적으로 유행했고 이제는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을 만큼 보편화되었다. 하지만 이마저도 음악팬들의 허전함을 가득 채울 수는 없나 보다. 역시 라이브는 한 공간에서 아티스트와 관객이 마주해 직접 노래 부르고 들으면서 바로 반응하며 소통하는 맛이다. 다가올 DMZ 피스트레인 뮤직페스티벌에서 그 진정한 맛을 볼 수 있길 바란다.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 2019 분수 무대 ⓒ 김조성


 코로나19 상황에 대안으로 시작한 공연계의 랜선 라이브와 같이 우리도 각자의 방식과 취향대로 이 시대를 살아가고 즐기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 집 안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며 집이라는 공간에 대해 새로운 시각으로 정리하며 꾸밀 수도 있고 타인과의 접촉을 멀리하는 동안 온전히 나 자신에게 집중해 나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도 있다. 친구들과 함께 했던 지난 페스티벌과 공연들이 묻어있는 사진, 티켓, 굿즈, 옷가지, 음식들을 추억하다 보면 소중했던 일상이 다시 우리 곁으로 돌아올 것이다. 사실 평범하고 당연하게 여겼던 일상이야말로 우리들이 그토록 원하던 평화가 아닐까.





김조성의 평화 플레이리스트


Live Lounge Allstars – Times Like These (BBC Radio 1 Stay Home Live Lounge)

우리 모두가 이번 계기로 일상의 소중함을 깨달았으면



Oasis – Whatever

무엇이든 원하는대로 할 수 있는 자유



The 1975 – Guys

친구들과 함께 했던 시간들을 되돌아보며 그날들이 한없이 그리워지는 순간









☮ Writer | 김조성


페스티벌이 시험보다 중요해 교직의 꿈을 접고 공연 기록하던 블로그 경험을 살려 페스티벌 라이프를 만들었다 (festivallife.kr). 공연 및 페스티벌 소식을 전하며 공연덕후를 위한 콘텐츠와 이벤트를 기획하는 채널이다. 더 많은 공연덕후들이 더 좋은 공연과 페스티벌을 더 나은 환경에서 즐길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을 인생의 큰 기쁨으로 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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