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여기, 동시대의 정체성을 가진 아티스트를 피스트레인만의 시선으로 깊이있게 조명하는 스페셜 영상 콘텐츠입니다. 7월, 눈부신 고석정에서 만나게 될 아티스트를 인터뷰로 먼저 만나보세요🤟
2020 DMZ 피스트레인 뮤직페스티벌 출연 아티스트 애리(AIRY) @벨로주 망원
애리는 과연 2019년 반짝 떠오른 신예일까? 많은 주목을 받았던 배경에는 ‘심애리’라는 이름으로 홀로 연고 없는 홍대의 작은 공연장에서부터, 여러 해를 거치며 음악적으로 촘촘히 성장한 시간이 있다. ‘애리’라는 이름이 대중들에게 빛나기까지 눈에 보이는 성과 만큼이나 내면은 치열했다. 힘에 부쳐 자주 누워있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노래할 수 있던 이유는 감수성 맞는 동료들과의 교류와 음악을 들어주고 아껴주는 사람들에 대한 감사한 마음 때문이다.
그 마음을 용기라는 그릇에 담아 애리는 꾸준히 부당한 것들을 자신만의 음악으로 목소리를 냈다. 2016년에는 [젠트리피케이션] 앨범에도 참여했고, 전쟁 없는 세상을 위한 [AEV(Art`s Eye View)프로젝트]에도 참여했다. 최근에는 여러 여성 뮤지션들과 느슨한 연대를 맺으며 교류 중이다. 2020년, 그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라는 역병이 창궐하여 새로운 시대를 맞이한 이 수많은 변수 속에서, 뮤지션으로서 아티스트로서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마음일까.
평화가 항상 곁에 있지 않기에 의미 있다고 말하는 뮤지션 애리. 평화가 찾아오는 순간에는 모든 서리가 녹는 듯 따뜻한 행복에 겨워 울기도 한다. 뮤지션으로서 첫 야외 페스티벌 무대에 서는 애리의 일상, 신세계, 그리고 피스트레인에 관한 이야기.
지금 우리, 애리와 함께 눈부신 평화를 만날 때다.
2020년 7월 새로운 시대를 맞이한, 철원에서.
2020 DMZ 피스트레인 뮤직페스티벌 출연 아티스트 애리(AIRY) @벨로주 망원
안녕하세요. 저는 노래 만들고 공연하는 애리라고 합니다. 사랑 ‘애’ 영리할 ‘리’라는 뜻인데, 사랑스럽고 영리한 그 모든 것을 가지고 싶은 욕심에, 제 이름의 뜻을 가져가고 싶었어요.
코로나 시대가 도래했어요. 2019년과 비교했을 때, 애리의 일상에도 많은 변화가 찾아왔나요?
홍대 조그만 곳에서 공연하다가, 2019년 상반기에 ‘EBS 헬로루키’ 에 지원했어요. 상반기부터 예선, 본선, 결선을 치르면서 다른 단체와 교류해봤고, 또 대만의 ‘Shout Out 페스티벌’에도 참가했어요. 설레는 마음으로 2020년을 기다렸는데 이렇게 많이 바뀔 줄 몰랐죠. 생일마다 동료들과 조그맣게 공연을 만들어왔었는데, 못 하게 돼서 아쉬워요.
2019년 EBS 올해의 헬로루키,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신인으로 선정되셨죠. 많은 주목을 받았는데, 애리에게 2019년은 어떤 해였을까요?
이전보다 알려진 건 맞는 것 같은데, 많이 알려졌는지는 모르겠어요. 욕심이 있나 봐요. (웃음) 음악으로 돈을 번 해이기도 하고, 첫 앨범과 공연을 알린 해여서 감사하고 재밌었어요. 2020년을 시작했을 때, 새롭고 긍정적인 부담이 있었어요. 안타깝게도 코로나19 바이러스로 디스토피아적인 2020년이 시작되지 않았나 생각이 드네요.
그런 맥락에서 2020년의 첫날, 앨범 [신세계]를 발매하신 건지.
발매일을 1월 1일로 정하고 [무서워 나는]이라는 곡을 내려고 했어요. 어두운 메시지보다 밝은 메시지로 가고 싶어서 [신세계]로 바꿔서 발매 했어요.이전 앨범은 강렬해 보이고 싶어서, 강렬한 곡들을 모았더니 첫 EP [SEEDS]가 됐죠. [신세계]는 보다 더 많은 사람한테 닿고 싶은 생각이 있어요. 제작하는 과정은 생각보다 오래 걸리지는 않았는데요. 축가를 위해 만들었던 노래인데 예식장에서 축가 MR 맞냐고 피드백이 온 적이 있어서 놀랐어요. (웃음)
말씀해주신 [SEEDS] 앨범 중 마지막 트랙 <비 오는 날 씨앗으로 틔우는 여정>은 다른 트랙과 분위기가 다르잖아요. 가사는 문학적이고, 뮤직비디오도 SF적 느낌이 많잖아요. 애리의 색깔을 많이 보여주시는데.
앨범 제목 [SEEDS]도 마지막 트랙인 <비 오는 날 씨앗으로 틔우는 여정>에서 나온 제목이에요. 이 트랙은 앞으로의 제 음악이 더 다양할 수 있지 않을까, 스스로 물음을 던진 트랙이기도 해요. 가사는 제 이야기이고, 음악적인 영감은 영상에서 많이 받아요. 다른 음악가의 뮤직 비디오, 영화, SF나 판타지 요소가 있는 영상을 좋아합니다. 영향받은 뮤지션이 많기도 하고요.
자우림 앨범을 1집부터 모았어요. 슬픔 안에 위로가 담겨있는 <마왕>이나 <넘버원>을 듣고 우울한 동화 같다고 생각했어요. ‘외로움을 느끼는 건 나 혼자가 아니구나. 이렇게 멋있어 보이는 사람도 이런 외로움을 느꼈으려나.’ 이런 생각을 많이 했어요. 특히 <팬이야>라는 노래. ‘내가 나의 팬이다’ 라는 말을 살면서 처음 들었기 때문에 강렬했고.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자우림의 노래에서 처음 느낀 감수성이 많았어요.
음악을 시작하게 된 계기에도 영향이 있었는지.
어린 시절 글짓기 공책을 보니까 ‘나의 비밀’ 제목 아래 가수가 되고 싶다고 쓰여 있었어요. 누구한테도 꿈을 가수라고 내뱉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비밀이라고 쓰고 진짜 비밀이 되어버렸죠. 저한테조차. 너무 놀랐어요. 음악을 시작하기 좀 늦었다고 생각했거든요. 그 꿈이 무의식 속으로만 가라앉아있고 의식 밖으로 나오지 않았던 것 같아요. ‘늦었다. 안 되지 않을까?‘하는 포기와 같은 감정이 있었는데요. 몇 년 흐르고 보니까 늦지 않았던 것처럼 느껴졌어요. ‘내가 서른 살이 되면 그때도 늦지 않았다고 생각하겠다, 난 후회하기 싫다’ 이런 마음이었던 것 같아요.
지금 그 나이가 되신 거잖아요. 그때와 지금 변화가 있을까요?
그때보다 욕심이 생겼어요. 처음엔 오랫동안 짝사랑만 하던 음악 활동을 시작한 것만으로도 벅차고 기뻤는데. ‘아 살아가는 데 있어서 돈이 필요하구나. 지속 가능한 음악 생활을 위해서 어떤 장치들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은 그래서 장치가 많은데요. 그중 하나가 헬로루키 지원한 것도 있었어요. 돈뿐 아니라 모든 응원과 피드백으로 음악 할 마음이 나요. 응원의 마음을 쌓아 오는 것 같긴 한데, 조금 더 쌓고 싶습니다.
음악을 하는데 피드백이 없으면 외롭잖아요. 그 외에도 음악을 꾸준히 하게 하는 원동력이 있다면요.
‘후회하기 싫어서’ 인 것 같아요. 그동안 너무 생각만 많이 했거든요. 늦었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때 안 한 거, 일찍 안 한 것을 지금도 후회하고 앞으로도 후회할 것 같아요. 지금 하지 않으면 미래에 제가 후회할 것 같아서. 그리고 음악을 지속할 수 있는 것 중의 또 다른 것은 동료들과의 관계예요. 감수성을 공유하는 그들과 만나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고 실제로 응원도 많이 하고요. 자주 만나는 동료는 키라라, 김사월, 장명선, 천미지, 피아노슈게이저요. 자주 만나지 않는 분들도 있거든요. 서로 응원하는 느낌, 큰 힘이 돼요.
2020 DMZ 피스트레인 뮤직페스티벌 출연 아티스트 애리(AIRY) @벨로주 망원
피스트레인 이야기를 해볼게요. 첫 야외 페스티벌 무대에 선다고요. DMZ에 방문한 적이 있거나, 없다면 평소에 어떤 이미지였나요.
‘철원에서 한다, DMZ 페스티벌이다.’ 역사적으로 어떤 상징이 있는 축제에 참여하는 것 같아서 기분이 묘해요. 너무 재밌는 페스티벌이라고 많이 들었어요. 공연 섭외가 와서 그때도 기뻐서 소리 질렀거든요. 기대되고 잘 할 수 있을지 걱정도 되는데, 그만큼 야외의 분위기로 인해서 얻는 것도 많을 것 같아요. DMZ를 떠올리면, 영화의 이미지가 매우 커요.<공동 경비 구역 JSA>를 워낙 어렸을 때 봤어요. 개인으로 봤을 때는 어떤 국가의 소속이라기보다, 일단 인간과 인간으로 만나니, ‘인간’적임을 느꼈던 것 같아요.
작년 피스트레인의 슬로건이 ‘서로에게 선을 긋기 전에 함께 춤을 추자’인데요. 애리가 선을 긋기 전에 사람들과 만났을 때 하는 일이 있을까요?
인사를 합니다. 누구든 만나면 반갑고 궁금해요. 제가 어떤 세계를 가지고 관심이 있는 것처럼. 상대방은 어떤 세계에 관심이 있을까 궁금해요. 비슷한 세계를 보면 매력적이고요. 비슷하지 않더라도 제가 모르는 세계가 한 움큼 보이면 너무 신기해요. 이야기도 많이 듣고 싶어요.
피스트레인의 공식질문이죠. 애리가 생각하는 평화는 무엇일까요?
평화는 곁에 있지 않기에 의미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항상 있을 수 없는 게 너무나 당연한 것 같아요. 평화로워지고 싶지만 저는 평화로워지고 싶지 않을 때도 있는 것 같아요. 투쟁. 익숙하지도 않지만 떼어낼 수도 없는 단어이고요.
주로 어떤 것과 투쟁하나요?
여성으로서 하고 싶은 바를 행동하는 거예요. 대상화되는 객체로만 존재하지 않고요. 몇 년간 제가 가장 많이 투쟁한 부분이에요. 항상 투쟁과 평화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투쟁한다는 게 용기도 필요하고, 가끔 힘에 부치잖아요. 외면해버릴 수도 있고. 지금 내가 평화로워지고 싶으니까.
가끔은 외면도 하는 것 같아요. 예전에도 항상 투쟁하면서는 제가 소시민 같다는 생각을 뼈저리게 했는데요. 그 이유가 하고 싶은 것에 집중을 못 하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가끔은 외면도 하는 것 같아요. 그런 사회가 싫은데.
애리는 외면보다 음악으로 승화해서 목소리를 내는 것 같아요 과정이 치열할 것 같은데.
음악으로 표현할 때는 한결 편해요. 그 자체의 경이로움을 느끼고 아름답다고 느껴요. 꼭 여성으로서는 아니지만, 미발매했던 곡 중에도 한동안은 못 외운 곡이 있어요. 너무 힘들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래를 만들고, 공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음악을 하면서 토해내고 싶었어요. 실제로 그렇게 하면 조금 덜어지는 것 같아요.
7월 철원에서 만날 DMZ 피스트레인 뮤직페스티벌 관객들에게.
제가 관객일 때 생각을 해보면 소리를 지를 때도 있지만, 소리를 지르지 않고도 눈 감고 천천히 흐느적대도 좋아하게 되는 공연이 있더라고요. 특정 피드백을 바라기보다는 음악을 같이 느껴주신다면 행복할 것 같아요.
지금 여기, 동시대의 정체성을 가진 아티스트를 피스트레인만의 시선으로 깊이있게 조명하는 스페셜 영상 콘텐츠입니다. 7월, 눈부신 고석정에서 만나게 될 아티스트를 인터뷰로 먼저 만나보세요🤟
2020 DMZ 피스트레인 뮤직페스티벌 출연 아티스트 애리(AIRY) @벨로주 망원
애리는 과연 2019년 반짝 떠오른 신예일까? 많은 주목을 받았던 배경에는 ‘심애리’라는 이름으로 홀로 연고 없는 홍대의 작은 공연장에서부터, 여러 해를 거치며 음악적으로 촘촘히 성장한 시간이 있다. ‘애리’라는 이름이 대중들에게 빛나기까지 눈에 보이는 성과 만큼이나 내면은 치열했다. 힘에 부쳐 자주 누워있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노래할 수 있던 이유는 감수성 맞는 동료들과의 교류와 음악을 들어주고 아껴주는 사람들에 대한 감사한 마음 때문이다.
그 마음을 용기라는 그릇에 담아 애리는 꾸준히 부당한 것들을 자신만의 음악으로 목소리를 냈다. 2016년에는 [젠트리피케이션] 앨범에도 참여했고, 전쟁 없는 세상을 위한 [AEV(Art`s Eye View)프로젝트]에도 참여했다. 최근에는 여러 여성 뮤지션들과 느슨한 연대를 맺으며 교류 중이다. 2020년, 그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라는 역병이 창궐하여 새로운 시대를 맞이한 이 수많은 변수 속에서, 뮤지션으로서 아티스트로서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마음일까.
평화가 항상 곁에 있지 않기에 의미 있다고 말하는 뮤지션 애리. 평화가 찾아오는 순간에는 모든 서리가 녹는 듯 따뜻한 행복에 겨워 울기도 한다. 뮤지션으로서 첫 야외 페스티벌 무대에 서는 애리의 일상, 신세계, 그리고 피스트레인에 관한 이야기.
지금 우리, 애리와 함께 눈부신 평화를 만날 때다.
2020년 7월 새로운 시대를 맞이한, 철원에서.
2020 DMZ 피스트레인 뮤직페스티벌 출연 아티스트 애리(AIRY) @벨로주 망원
안녕하세요. 저는 노래 만들고 공연하는 애리라고 합니다. 사랑 ‘애’ 영리할 ‘리’라는 뜻인데, 사랑스럽고 영리한 그 모든 것을 가지고 싶은 욕심에, 제 이름의 뜻을 가져가고 싶었어요.
코로나 시대가 도래했어요. 2019년과 비교했을 때, 애리의 일상에도 많은 변화가 찾아왔나요?
홍대 조그만 곳에서 공연하다가, 2019년 상반기에 ‘EBS 헬로루키’ 에 지원했어요. 상반기부터 예선, 본선, 결선을 치르면서 다른 단체와 교류해봤고, 또 대만의 ‘Shout Out 페스티벌’에도 참가했어요. 설레는 마음으로 2020년을 기다렸는데 이렇게 많이 바뀔 줄 몰랐죠. 생일마다 동료들과 조그맣게 공연을 만들어왔었는데, 못 하게 돼서 아쉬워요.
2019년 EBS 올해의 헬로루키,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신인으로 선정되셨죠. 많은 주목을 받았는데, 애리에게 2019년은 어떤 해였을까요?
이전보다 알려진 건 맞는 것 같은데, 많이 알려졌는지는 모르겠어요. 욕심이 있나 봐요. (웃음) 음악으로 돈을 번 해이기도 하고, 첫 앨범과 공연을 알린 해여서 감사하고 재밌었어요. 2020년을 시작했을 때, 새롭고 긍정적인 부담이 있었어요. 안타깝게도 코로나19 바이러스로 디스토피아적인 2020년이 시작되지 않았나 생각이 드네요.
그런 맥락에서 2020년의 첫날, 앨범 [신세계]를 발매하신 건지.
발매일을 1월 1일로 정하고 [무서워 나는]이라는 곡을 내려고 했어요. 어두운 메시지보다 밝은 메시지로 가고 싶어서 [신세계]로 바꿔서 발매 했어요. 이전 앨범은 강렬해 보이고 싶어서, 강렬한 곡들을 모았더니 첫 EP [SEEDS]가 됐죠. [신세계]는 보다 더 많은 사람한테 닿고 싶은 생각이 있어요. 제작하는 과정은 생각보다 오래 걸리지는 않았는데요. 축가를 위해 만들었던 노래인데 예식장에서 축가 MR 맞냐고 피드백이 온 적이 있어서 놀랐어요. (웃음)
말씀해주신 [SEEDS] 앨범 중 마지막 트랙 <비 오는 날 씨앗으로 틔우는 여정>은 다른 트랙과 분위기가 다르잖아요. 가사는 문학적이고, 뮤직비디오도 SF적 느낌이 많잖아요. 애리의 색깔을 많이 보여주시는데.
앨범 제목 [SEEDS]도 마지막 트랙인 <비 오는 날 씨앗으로 틔우는 여정>에서 나온 제목이에요. 이 트랙은 앞으로의 제 음악이 더 다양할 수 있지 않을까, 스스로 물음을 던진 트랙이기도 해요. 가사는 제 이야기이고, 음악적인 영감은 영상에서 많이 받아요. 다른 음악가의 뮤직 비디오, 영화, SF나 판타지 요소가 있는 영상을 좋아합니다. 영향받은 뮤지션이 많기도 하고요.
자우림 앨범을 1집부터 모았어요. 슬픔 안에 위로가 담겨있는 <마왕>이나 <넘버원>을 듣고 우울한 동화 같다고 생각했어요. ‘외로움을 느끼는 건 나 혼자가 아니구나. 이렇게 멋있어 보이는 사람도 이런 외로움을 느꼈으려나.’ 이런 생각을 많이 했어요. 특히 <팬이야>라는 노래. ‘내가 나의 팬이다’ 라는 말을 살면서 처음 들었기 때문에 강렬했고.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자우림의 노래에서 처음 느낀 감수성이 많았어요.
음악을 시작하게 된 계기에도 영향이 있었는지.
어린 시절 글짓기 공책을 보니까 ‘나의 비밀’ 제목 아래 가수가 되고 싶다고 쓰여 있었어요. 누구한테도 꿈을 가수라고 내뱉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비밀이라고 쓰고 진짜 비밀이 되어버렸죠. 저한테조차. 너무 놀랐어요. 음악을 시작하기 좀 늦었다고 생각했거든요. 그 꿈이 무의식 속으로만 가라앉아있고 의식 밖으로 나오지 않았던 것 같아요. ‘늦었다. 안 되지 않을까?‘하는 포기와 같은 감정이 있었는데요. 몇 년 흐르고 보니까 늦지 않았던 것처럼 느껴졌어요. ‘내가 서른 살이 되면 그때도 늦지 않았다고 생각하겠다, 난 후회하기 싫다’ 이런 마음이었던 것 같아요.
지금 그 나이가 되신 거잖아요. 그때와 지금 변화가 있을까요?
그때보다 욕심이 생겼어요. 처음엔 오랫동안 짝사랑만 하던 음악 활동을 시작한 것만으로도 벅차고 기뻤는데. ‘아 살아가는 데 있어서 돈이 필요하구나. 지속 가능한 음악 생활을 위해서 어떤 장치들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은 그래서 장치가 많은데요. 그중 하나가 헬로루키 지원한 것도 있었어요. 돈뿐 아니라 모든 응원과 피드백으로 음악 할 마음이 나요. 응원의 마음을 쌓아 오는 것 같긴 한데, 조금 더 쌓고 싶습니다.
음악을 하는데 피드백이 없으면 외롭잖아요. 그 외에도 음악을 꾸준히 하게 하는 원동력이 있다면요.
‘후회하기 싫어서’ 인 것 같아요. 그동안 너무 생각만 많이 했거든요. 늦었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때 안 한 거, 일찍 안 한 것을 지금도 후회하고 앞으로도 후회할 것 같아요. 지금 하지 않으면 미래에 제가 후회할 것 같아서. 그리고 음악을 지속할 수 있는 것 중의 또 다른 것은 동료들과의 관계예요. 감수성을 공유하는 그들과 만나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고 실제로 응원도 많이 하고요. 자주 만나는 동료는 키라라, 김사월, 장명선, 천미지, 피아노슈게이저요. 자주 만나지 않는 분들도 있거든요. 서로 응원하는 느낌, 큰 힘이 돼요.
2020 DMZ 피스트레인 뮤직페스티벌 출연 아티스트 애리(AIRY) @벨로주 망원
피스트레인 이야기를 해볼게요. 첫 야외 페스티벌 무대에 선다고요. DMZ에 방문한 적이 있거나, 없다면 평소에 어떤 이미지였나요.
‘철원에서 한다, DMZ 페스티벌이다.’ 역사적으로 어떤 상징이 있는 축제에 참여하는 것 같아서 기분이 묘해요. 너무 재밌는 페스티벌이라고 많이 들었어요. 공연 섭외가 와서 그때도 기뻐서 소리 질렀거든요. 기대되고 잘 할 수 있을지 걱정도 되는데, 그만큼 야외의 분위기로 인해서 얻는 것도 많을 것 같아요. DMZ를 떠올리면, 영화의 이미지가 매우 커요. <공동 경비 구역 JSA>를 워낙 어렸을 때 봤어요. 개인으로 봤을 때는 어떤 국가의 소속이라기보다, 일단 인간과 인간으로 만나니, ‘인간’적임을 느꼈던 것 같아요.
작년 피스트레인의 슬로건이 ‘서로에게 선을 긋기 전에 함께 춤을 추자’인데요. 애리가 선을 긋기 전에 사람들과 만났을 때 하는 일이 있을까요?
인사를 합니다. 누구든 만나면 반갑고 궁금해요. 제가 어떤 세계를 가지고 관심이 있는 것처럼. 상대방은 어떤 세계에 관심이 있을까 궁금해요. 비슷한 세계를 보면 매력적이고요. 비슷하지 않더라도 제가 모르는 세계가 한 움큼 보이면 너무 신기해요. 이야기도 많이 듣고 싶어요.
피스트레인의 공식질문이죠. 애리가 생각하는 평화는 무엇일까요?
평화는 곁에 있지 않기에 의미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항상 있을 수 없는 게 너무나 당연한 것 같아요. 평화로워지고 싶지만 저는 평화로워지고 싶지 않을 때도 있는 것 같아요. 투쟁. 익숙하지도 않지만 떼어낼 수도 없는 단어이고요.
주로 어떤 것과 투쟁하나요?
여성으로서 하고 싶은 바를 행동하는 거예요. 대상화되는 객체로만 존재하지 않고요. 몇 년간 제가 가장 많이 투쟁한 부분이에요. 항상 투쟁과 평화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투쟁한다는 게 용기도 필요하고, 가끔 힘에 부치잖아요. 외면해버릴 수도 있고. 지금 내가 평화로워지고 싶으니까.
가끔은 외면도 하는 것 같아요. 예전에도 항상 투쟁하면서는 제가 소시민 같다는 생각을 뼈저리게 했는데요. 그 이유가 하고 싶은 것에 집중을 못 하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가끔은 외면도 하는 것 같아요. 그런 사회가 싫은데.
애리는 외면보다 음악으로 승화해서 목소리를 내는 것 같아요 과정이 치열할 것 같은데.
음악으로 표현할 때는 한결 편해요. 그 자체의 경이로움을 느끼고 아름답다고 느껴요. 꼭 여성으로서는 아니지만, 미발매했던 곡 중에도 한동안은 못 외운 곡이 있어요. 너무 힘들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래를 만들고, 공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음악을 하면서 토해내고 싶었어요. 실제로 그렇게 하면 조금 덜어지는 것 같아요.
7월 철원에서 만날 DMZ 피스트레인 뮤직페스티벌 관객들에게.
제가 관객일 때 생각을 해보면 소리를 지를 때도 있지만, 소리를 지르지 않고도 눈 감고 천천히 흐느적대도 좋아하게 되는 공연이 있더라고요. 특정 피드백을 바라기보다는 음악을 같이 느껴주신다면 행복할 것 같아요.
기획 및 디렉팅 피스트레인
촬영 및 제작 스튜디오 유유히
촬영 협조 저지라이트 벨로주망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