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맥도날드에서 '이 뮤지션 아냐'고 하면서 자정까지 음악만 이야기하다 친구가 됐어요 / 피스트레인 자원활동가 피스메이커 '오수지 & 김영식'

2021-09-08

EP.02 맥도날드에서 '이 뮤지션 아냐'고 하면서 자정까지 음악만 이야기하다 친구가 됐어요

/ 피스트레인 자원활동가 피스메이커 '오수지 & 김영식'


다들 밤새워 음악 이야기를 한 경험이 있지 않은가. 밖은 어두컴컴해져 가는데, 이 공간은 눈이 부실만큼 밝은 불빛이 우리의 이야기가 끝나지 않도록 만든다. 그곳이 맥도날드이든, 집 앞 놀이터이든, 지하철이든, 강의실이든, 맥주 한 잔을 마시는 펍에서든. 음악을 이야기할 때. 사랑하는 뮤지션을 이야기할 때. 나의 눈빛이 가장 빛날 때.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지금 무엇을 말하는지 알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아직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지만 내가 좋아하는 뮤지션을, 다른 친구들에게 알려주고 싶어서 드릉드릉. 함께 아는 음악이라도 대화 중에 나오면 세상세상 베스트 프렌드를 만난듯. 


어덕행덕(어차피 덕질할거 행복하게 덕질하자!)이라는 말처럼 좋은 건 나누면  배가되듯. 여기, 그렇게 좋은 음악을 나누다 맺어진 20대 초반의 친구 한 쌍이 있다. Z세대는어떻게 음악을 즐길까. 2019년 피스메이커 아티스트케어팀 ‘오수지’, ‘김영식’을 상수의 제비 다방에서 만나보았다. 


2019 DMZ 피스트레인 뮤직페스티벌 자원 활동가 오수지 & 김영식 @제비다방


<오수지 & 김영식>



안녕하세요,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영식 안녕하세요, 중국에 살다 한국에 들어온 지 3년 정도 된 연희동 사는 24살 김영식입니다. 2019년 DMZ 피스트레인 뮤직페스티벌에서 자원활동가 ‘피스메이커’로 함께했습니다. ‘omm..’(옴)이라는 뮤지션이기도 합니다. 


수지 안녕하세요. 저도 중국에 태어나서 쭉 살다가, 한국에 온 지 4년정도 된  24살 오수지입니다. 영식이랑 같이 2019년 DMZ 피스트레인 뮤직페스티벌에서 자원활동가 ‘피스메이커’로 활동했습니다. 



요즘은 어떻게 지내세요?


영식 음악이랑 미술 둘 다 좋아해서 무대디자인을 공부하다가, 음악이 더 재밌어서 자퇴했습니다. 데뷔 한지는 1년 정도 됐어요. 집에서 음악 작업만 하고, 연애합니다. 음악과 사랑. 두 개밖에 안합니다. 작년에 EP 앨범 2개를 냈고 지금은 작곡하고 엔지니어링도 하고 있습니다. 이번 달 초에 발표한 싱글 <한>은 ‘나 이만큼 할 줄 안다.’는 저의 프로듀싱 능력을 뽐내는 트랙이고요. 들으면 아마 좋을거에요… 


수지 전공은 패션인데 이제 졸업이라서 졸업 작품을 준비하고 있고요. 홍대에 있는 팬케익 카페 주방에서 일도 하고 있는데 주로 비건 빵을 만듭니다. 음악을 좋아해서 앨범 커버도 제작하고, 작사도 도와주고 여러 가지 재밌는 걸 하고 있어요. 



두 분은 아주 쩔-친! 이라고 들었는데요. 페스티벌과 공연도 못 가는데 둘이 주로 무엇을 하고 노는지 궁금해요. 


수지 주로 음악 얘기를 많이 합니다. 저랑 영식이는 중국 북경에서 만나 고3 때부터 친구인데요. 그때는 얼굴만 알았는데 맥도날드에서 ‘이 뮤지션 아냐’고 하면서  밤 12시까지 음악 이야기만 하다가 친구가 됐어요. 그리고 저는 한국으로 대학을 왔고, 영식이네 어머니랑 저희 엄마도 베프가 돼서 가족끼리 친하거든요. 손절하고 싶어도 엄마들이 화해를 시켜주세요. (웃음)


영식 자주 싸우는데 왜 싸우는지는 몰라요. 자연스럽게 음악 얘기하면서 풀리기도 하고. 요즘은 등산을 같이 가기도 하고요. 뮤직비디오 보면서 평가도 합니다.(웃음) 



2019 DMZ 피스트레인 뮤직페스티벌 자원 활동가 오수지 & 김영식


<Z세대, 음악리스너>



요즘엔 주로 어떤 음악을 들으세요? 


영식 최근에는 맷 말티스(Matt Maltese), 앤디 셔프(Andy Shauf) 음악을 같이 들었어요. 홈레코딩 느낌의 음악인데 잔잔 바리하고 정말 좋더라고요.


수지 (맷 말티스, 앤디셔프가) 둘 다 노래를 일단 객관적으로 잘해요. 그리고 저는 테크노 좋아해요. 



음악을 좋아하게 된 첫 순간이 기억나세요? 


영식 초등학생 때 '빅뱅, 티아라' 등 아이돌 음악이 다 인줄 알다가. 약간 불법 루트긴 한데,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음악 다운로드 링크를 올려놓은 계정이 있었어요. 그곳에서 신세계를 본 거죠. 칸예 웨스트(Kanye West)부터 시작해서 에미넴(Eminem), 파 이스트 무브먼트(Far East Movement), 블랙 아이드 피스(The Black Eyed Peas)를 알게 됐죠. 처음엔 충격이었어요. 쾌감이랄까? 해방감 같은 걸 느꼈어요. 중학교 넘어가면서 CD도 처음 사봤어요. 허클베리피(Huckleberry P)의  골드. 가사가 진짜 좋고 신선했거든요. 뭘 안다고. 그다음에 갑자기 고등학생 땐 레드벨벳을 좋아했어요. 그리고 힙합을 좋아하니까 자연스럽게 비트를 찍게 되고, 샘플링을 하고, 노래도 시작해보고, 자연스럽게 곡을 만들기까지 됐죠. 


수지 애기 때부터 많이 접했어요. 일어날 때 어머니가 항상 피아노를 쳐주시면서 듣고 깼거든요. 그래서 그런지 어렸을 때부터 음악 취향이 확고했어요. 잭 존슨Jack Johnson 같은 따뜻한 음악을 좋아했거든요. 그런 음악을 위주로 많이 찾아보고 그랬어요. 중국에 있으니까 다운도 잘 안 되고 그래서 오히려 CD를 사러 자주 갔죠. 친오빠랑 가던가, 친구랑 가던가. 어렸을 때부터 음악을 많이 듣고 다양한 장르를 들어서 요즘에는 딱히 좋아하는 장르는 없거든요. 좋으면 좋은 거고. 자연의 소리가 들어가는 자연테크노 좋아해요.



펜데믹 전과후,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달라진 것들이 있을까요?


수지 영식  원래 내한공연을 많이 보러 갔었어요. 


수지 코로나19 이후로 여름과 겨울이 가장 많이 달라진 거 같아요. 여름에 제일 많이 공연보고, 12월에도 연말공연 다니느라 바빴는데. 요즘엔 볼 수 없으니까 아쉽죠. 중국 베이징에 있을 때 ‘스트로베리 뮤직 페스티벌’에 갔었는데, 비가 많이 와서 발목까지 잠기더라고요. 옆에 사람들이 크게 노래를 불러서 춤추고 난리 났었는데 많이 그리워요.


영식 오늘 제비다방 공연도 취소됐죠.



페스티벌이나 공연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아티스트가 있다면요? 


수지 엘리펀트 짐. 사실 페스티벌에서 지금까지 ‘대박이다’라고 한 팀은 없었는데요. 피스트레인에서 엘리펀트 짐 보고 깜짝 놀랐어요. 제가 담당이기도 했고, 옆에서 보는데 참 신기했죠. 



2019 DMZ 피스트레인 뮤직페스티벌 자원 활동가 오수지 & 김영식 외



 

<피스트레인 자원활동가 '피스메이커'>



피스메이커는 언제, 어떻게 알고 지원했어요?


수지  2년 전에 인스타그램 보고 신청했어요. 제가 좋아하는 아티스트를 옆에서 볼 수 있다는 막연한 기대도 있었고, 일단 재밌을 것 같아서 영식이도 꼬셔서 같이 신청했어요. 혹시나 해서 신청했는데 너무 재밌더라고요. 먼 것 빼고. 철원에 처음 가봤거든요. 


영식  저는 오히려 멀어서 좋았어요. 서울에서 했으면 지루한 느낌이 없지 않아 있었을 텐데, 여행가는 느낌도 들고, 철원 갈 일이 사실 잘 없으니까. 공기도 좋더라고요. 밤에는 별도 진짜 많이 보이기도 하고요.


두 분은 2019 피스트레인 당시에, 아티스트 케어 분야(메인/서브 스테이지의 백스테이지 안전 및 청결 관리, 아티스트/스태프 케이터링 및 대기실 관리, 의전 및 통역) 피스메이커로 활동하셨죠? 정확히 어떤 활동을 했는지 궁금해요. 



*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 2020 자원활동가 피스메이커 모집 분야

1) 관객 비대면 운영 분야 : 부스 운영 분야 중 관객 비대면 파트 

2) 아티스트 케어 분야 : 메인/서브 스테이지의 백스테이지 안전 및 청결 관리, 아티스트/스태프 케이터링 및 대기실 관리, 의전 및 통역 

3) 아카이브 분야 : DMZ 피스트레인 뮤직페스티벌 영상 및 사진 촬영, 피스메이커, 참가자 인터뷰, 후기 작성 등등 아카이빙 (관련 활동 경험자 우대)



영식 저는 중국 아티스트 최건(Cui Jian) 선생님을 담당했어요. 서브로 빠미(Palmy)와 가끔 엘리펀트 짐(Elephant Gym)도 도와드렸죠. 인천공항에 픽업을 나갔고요. KFC를 드시고 싶다고 하셔서, 매니저분이랑 같이 오더 적고 엄청나게 좋은 밴에 타서 바로 철원으로 갔어요. 최건 선생님 따님분도 오셨는데, 차에서 이야기하다가 친해지기도 했어요.(웃음) 도착해서는 숙소 배정해드리고, 스케줄 안내해 드리고, 테크니션 통역하고 그랬죠. 공연이 끝나고는 같이 편의점에 갔었는데요. 최건 선생님이 ‘꼬깔콘’이 뭐냐고 여쭤보셔서 한국의 옥수수 과자라고 설명도 해드리고, 그때가 혁오 공연이 한창이었는데 결국 보진 못하고, 다른 것들도 여쭤보셔서 거의 1시간 동안 설명해드리기도 했죠.


수지  저는 엘리펀트 짐(Elephant Gym)을 담당했어요. 인천공항 가서 픽업해서 같이 차를 타고 철원으로 이동했죠. 드럼 치는 친구가 되게 활발해서 스몰 토킹도 많이 하고, 함께 열심히 놀았어요. 엘리펀트 짐 숙소에서도 같이 놀고, 술 마시기도 하고. 2박 3일 동안 너무 재밌게 노느라 3kg가 빠지기도 했어요. 



* Cui Jian : 중국 로큰롤의 대부인 최건은 1986년 베이징 노동자 체육관에서 ‘일무소유(아무것도 가진게 없네’를 선보이며 중국 록의 시작을 알렸다. 최악의 인플레가 몰아닥쳤던 당시 국민의 소외감을 묘사한 노래다. 긴 세월이 흘렀음에도, 최건은 여전히 로큰롤의 대표 가수로 시대와 함께 흐르는 정신을 유지하고 있다. 

* Parlmy : 2018년 ‘Son-klin’이라는 곡 발매 후 3개월 만에 1억뷰를 기록한 태국의 국민 가수 빠미는 2001년부터 2011년까지 10년간 4개의 앨범 모두 큰 성공을 거두었다. 밴드와 함께 놀라운 라이브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것으로 유명하며, 태국말로 부르는 빠미의 세련되고 모던한 노래들은 신선하고 흥미롭다. 

* Elephant Gym : 엘리펀트 짐은 2012년 결성된 대만 가오슝 출신의 3인조 포스트 록/매스록 밴드로, 깔끔하면서도 인상적인 베이스라인, 감성적인 기타리프, 멜로딕한 드럼이 특징이다. 


뮤지션과 나눴던 대화 중에 인상 깊었던 순간이 있나요?


영식  최건 선생님은 전문 통역사분도 계셨고, 매니저, 엔지니어분도 계셔서 저는 일손 돕는 정도였어요. 할 게 많이 없어서 다른 팀도 도와줄 수 있었죠. 공연도 많이 보고(웃음). 데드버튼즈 공연 너무 좋더라고요. 한 번은 엘리펀트 짐 멤버가 구글 지도를 켜서 휴전선이 어디냐고 묻더라고요. 우리는 지금 여기 철원에 있고, 바로 위가 휴전선이야 라고 했더니 ‘오~’라고 하더라고요. 


수지 멤버들이 일단 호기심이 엄청 많고 맑고 순수해요. 둘이 남매인데 잘 챙기는 거 보니까 신기하기도 하고요. 



피스메이커로 활동하면서 가장 좋았던 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영식 관객으로만 왔으면 절대 경험하지 못할 것들을 했어요. 특히나 저는 음악을 하겠다고 마음을 먹어서, 아티스트분들이랑 대화하는 것만으로도 영감이 되고, 평론가분들이랑 이야기하다가 친구가 돼서 그 이후로 공연도 같이 보러 갔어요. 신현준 평론가님이요. 문화예술계에 종사하시는 분들이 피스메이커로 주로 활동하시기도 했고. 같이 공연을 보는 데 좋더라고요. 


수지 저는 공연은 잘 못 봤어요. 계속 아티스트랑 붙어있었거든요. 비가 엄청나게 오는데 악기가 많아서 계속 옮기고 그랬죠. 무엇보다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랑 교류를 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라스트 트레인(Last Train)’ 케어를 담당하던 피스메이커 친구랑 친해졌는데요. 친구는 프랑스에서 유학했더라고요. 친구는 지금 부산에 살고요. 최근에 제가 부산에 갔다가 갑자기 친구를 만나게 됐는데요. 제가 요즘 작업하는 음악을 들려줬는데, 친구가 자기가 작업하는 동화책이랑 잘 어울릴 거 같다고 해서 곧 같이 작업을 시작할 거 같아요. 영식이가 작곡하고 제가 작사를 했고요. 제가 노래도 부르는데 잘 모르겠어요. 연습을 많이 안 해서(웃음)


그리고 가장 뿌듯했던 순간은 2박 3일 동안의 축제가 끝나고 엘리펀트 짐한테 장문으로 문자가 온 거에요. 고맙다면서. 몇 주 후에 한국에 다시 오면 또 보자고 하더라고요. 저는 지금도 (엘리펀트 짐이랑) 연락해요. 뭐 하고 지내는지 안부도 묻고, 엘리펀트 짐 신곡 나오면 들어봐달라고 연락이 오기도 하고요. 한국에 오면 꼭 보는 좋은 친구로 남아서, 되게 좋아요. 음악으로 계속해서 연결된 기분이에요.


* Last Train : 라스트 트레인은 ‘프랑스 로큰롤의 희망’이라 평가되는 프랑스 동부 뮐루즈 출신의 4인조 인디 록 밴드이다. 프랑스의 젊은 록밴드라고 믿기 힘들 정도로 2000년대 아메리칸 게러지 록 사운드를 구사하며 블루스, 펑크를 넘나든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영식 저도 피스트레인 하고 싶어요. 무대에 서고 싶습니다.


수지 시국이 시국이니만큼 불안정하잖아요. 너무 많이 달라져서. 시간이 더 빨리 지나가는 거 같아요. 제가 제일 좋아하고 행복해했던 것들을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까. 공연과 페스티벌도 좋아하는 사람들이 보러 가는 건데 보질 못하니까, 다른 곳에서 좋아하는 것을 찾아서 해소해야 하잖아요. 자신에 대해 알아가는 좋은 계기가 되는 시간이라 생각해요. 저는 제가 밖에 있는 걸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집에서 혼자 노는 것도 좋더라고요. 각자 어떻게 하면 행복해지는지 고민을 더 많이 하는 시간을 갖고 행복해지셨으면 좋겠어요. 


영식 야 그러면 내가 속물 같잖아(웃음)


수지  맞잖아(웃음) 



수지의 '자연 테크노' 플레이리스트, 영식의 '피스' 플레이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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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평소 평화는 어디서 찾으시나요?

영식 저는 명상을 많이해서. 눈감고 호흡하는 것 뿐 아니라, 진정한 명상은 말하면서도 할 수 있어요. 내 마음을 제 3자로서 보는게 명상이니까. 지금도 할 수 있어요. 이런식으로 평화를 찾습니다.


수지  저는 가만히 있는 걸 못해요. 운동하는걸 되게 좋아해서, 평화? 달리기, 자전거타기, 극단적인 운동을 해야. 아니면 그냥 가사 없는 음악 누워서 들어요.



좋아하는 음악을 묻는다는 것은 각자의 세계관 속으로 들어갈 수 있는 가장 작은 단위의 다정한 열쇠일지도 모르겠다. 정말 다른  '너'와  '나'의 공통점이 '음악'뿐일지라도. 조금씩,조금씩, 마음의 문이 열린다.  음악으로 맺어진 우정은 각자의 시간을 존중할 수 있는 귀한 인연이 아닐까. 인터뷰를 마치고 비가 오는 제비 다방 테라스에서.



☮ 인터뷰  |  장채영, 주예은 (피스트레인 콘텐츠 매니저) 

☮  글, 사진  |  장채영  (피스트레인 콘텐츠 매니저)

☮  Venue  |  제비다방

☮ 발행  |  DMZ 피스트레인 뮤직페스티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