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내게 강 같은 평화

2019-07-04

내게 강 같은 평화

원문보기 | http://bit.ly/2LAsmAw  

출처| 보그 코리아 

2019.06.26


벨벳 언더그라운드 창립 멤버이자 가수 겸 프로듀서로 활동하는 존 케일. 뜨거운 그룹 새소년의 멤버이자 솔로 앨범 <So!YoON!>을 선보인 황소윤. 두 사람이 평화를 노래한다.


ⓒ VOGUE korea


지난해 4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손잡고 군사분계선을 넘나드는 영상은 농담 같았다. 이념의 철옹성을 진격의 거인처럼 가볍게 건너다니! 몇 달 지나지 않은 여름, DMZ 일대에서 음악 페스티벌이 열린다는 소식이 들렸다. 그것도 글래스턴베리의 메인 부커인 마틴 엘본의 기획으로 말이다. 이건 또 무슨 농담인가! 2017년 홍대 인근의 작은 음악 축제 ‘잔다라 페스타’를 방문한 마틴 엘본이 온 김에 DMZ 투어를 했고 그는 영국 귀국 후 DMZ 평화 음악 페스티벌 창립을 제안, 조직위원회를 구성했다. 그리고 지난해 3월 강원도와 협약을 맺어 첫 번째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이하 피스트레인)을 고석정, 노동당사, 월정리역 등 분단이 할퀸 공간에서 열었다.


2019 피스트레인에는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창립 멤버 존 케일이 한국의 젊은 뮤지션과 협업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너무 재미있을 것 같아 바로 수락했어요. 항상 새로운 곡 작업을 추구하는데, 한국에서 K-팝이 아닌 다른 ‘씬’에서 작업하는 아티스트와 함께한다는 자체가 흥미로웠죠.”(존 케일)


9일, 고석정의 메인 무대에 황소윤과 존 케일이 함께 섰다. 황소윤은 지금 가장 뜨거운 뮤지션이다. 그가 리더로 있는 새소년은 2016년 결성해 2017년 발표한 데뷔 미니 앨범 <여름깃>으로 한국대중음악상 신인상을 받았고, 아시아, 북미, 유럽 페스티벌에 잇따라 섰다. 그들의 연주 영상에는 “이 세상 ‘힙’이 아니다”란 식의 댓글이 달린다. 황소윤은 지난 5월 “새로운 자아를 보여주고 싶다”며 솔로 앨범 <So!YoON!>을 발매하기도 했다. 사실 그녀가 솔로로 활동할 때는 황소윤이 아니라 ‘So!YoON!’으로 불러야 맞다. (새소년으로서는 7월에 활동을 시작한다.)


존 케일은 황소윤의 솔로 앨범 <So!YoON!>의 ‘Holiday’와 새소년의 ‘파도’ 라이브 영상을 보고 함께 무대에 서기로 결정했다. “신선했어요. 일반적인 로큰롤과는 달랐죠. 이 복잡한 세상에서 ‘의미’를 찾으려면 시간이 걸리는데, 소윤의 음악은 즉각적으로 보여주죠.”(존 케일)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음악이 그랬다. 일반적인 로큰롤이 아니라 클래식, 재즈, 포크, 전위적인 현대음악과 결합하고 넘나들고, 음악 전문지 <롤링 스톤>은 그들을 “얼터너티브(Alternative)한 것의 시조”라고 표현했다. 존 케일은 최근에는 찬스 더 래퍼 (Chance the Rapper)를 비롯한 젊은 힙합에 빠져 있다.


사실 황소윤은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음악을 깊이 알진 못했다. “레전드니까 이름은 알고 있었지만, 음악을 접할 기회는 많지 않았어요. 이번 기회를 통해서 관심을 가지게 됐죠. 사실 나이 차이가 진짜 많이 나잖아요. 선생님은 굉장히 오랫동안 음악을 해오셨고, 저는 이제 막 2년째예요. 사실 음악으로 소통하고 재미있게 연주하면 된다는 마음이죠.“(황소윤) 후에 피스트레인이 끝나고 황소윤의 인스타그램에는 둘이 찍은 사진과 이런 멘션이 올라왔다. “55년의 세대 차이를 음악을 통해 좁혀보았습니다. 가능하더군요!”


둘은 무대에 오르기 앞서, 연희동의 한 녹음실에서 이틀간 연습했다. “피곤하지 않느냐고요? 늘 바쁘니까 상관없어요. 일이 제일 재미있거든요. 이번 페스티벌이 끝나고도 두세 개의 믹스테이프를 점검해야 하고 인터뷰와 영상 촬영이 줄줄이 잡혀 있죠. 그곳도 이곳 사람들처럼 친절했으면 좋겠네요. 한국에 온 지 나흘째인데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거든요. 호텔 주변이 멋져서 강원도로 떠나기 전 둘러보고 싶어요.” (그는 홍대 라이즈 호텔에 머물렀다.) 이어 황소윤 그리고 존 케일과 함께 입국한 세션이 들어왔다. 하루 지났을 뿐인데 서로 익숙한 듯 인사를 나눴다.


<보그> 인터뷰가 끝나자 존 케일은 드디어 끝났다는듯 짧은 숨을 ‘후’ 내쉬고 연습에 들어갔다. 그때부터 녹음실에는 거의 언어는 들리지 않고, 음악으로 채워졌다. 케일은 연습이 끝나고 피스트레인이 열리는 강원도 고석정으로 떠났다. 그는 음반 작업만큼, 아니면 더 공연 무대에 서길 좋아한다. “음악의 힘은 사람을 통해 나옵니다. 대중 앞에서, 페스티벌에서, 무대에서 노래할 때만 느껴지는 만족감이 있어요. 음반 녹음도 그냥 하는 것보다 사람과 교감할 때 결과물이 훨씬 멋지죠. 게다가 피스트레인은 단순한 무대 이상의 의미가 있죠.”(존 케일) 그는 ‘음악을 통해 국가, 정치, 경제, 이념, 인종을 초월하고 자유와 평화를 경험하자’는 피스트레인의 취지에 뜻을 함께한 것이다.


“저는 메시지를 프레임화해서 내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관철시킬 수 있다면 어떤 방법이든 찾아야 해요. 그것이 제겐 보통 음악이죠. 웨일스에서 태어난 저는 어릴 때 말을 잘 못했어요. 어느 날 음악이 언어를 대체할 수 있음을 알았죠. 사실 음악을 통한 소통이 훨씬 더 쉬워요. 어떤 언어보다 말이죠. 그 믿음은 변함없을 거예요.”(존 케일)


그들이 생각하는 음악의 힘은? “세상이 아름답지 않다고 가정할 때 음악은 세상을 아름답게 보도록 돕고, 세상이 재미없다면 재미있게 만들어주는 요소 중 하나죠. 음반도 그렇고, 공연도 그렇고 접하는 이들이 매번 행복해지진 않아요. 때론 즐겁지만 때론 슬퍼지죠. 하지만 감정의 유무를 떠나 어떤 ‘힘’을 줄 수 있는 도구인 것 같아요.”(황소윤) “제가 음악을 하는 목적은 세상을 보는 저의 시각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동의하는가 알아보는 데 있죠. 거기서 친구가 생기기도 하고요. 늘 음악이 가진 힘을 확장하는 방법을 생각합니다.”(존 케일)

보그코리아 | 에디터 김나랑, 포토그래퍼 이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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