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3년 만에 돌아온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

2022-09-25


아이스에이지(Iceage)의 광기 어린 공연을 보며 겅중겅중 뛸 때도, 정태춘과 박은옥의 라이브를 들으며 흘린 눈물을 쏟아지는 비에 흘려보낼 때도, 존 케일(John Cale)이 'Venus in Furs'를 부르는 역사적인 순간을 목도할 때도 미처 몰랐다. 철원에 다시 가기까지 꼬박 3년의 시간이 걸릴 줄은. 굳이 여기서 말하지 않아도 우리 모두가 알고 있을, 생음악이 생에 없던 지난 시대가 저물고 있다. 다시 맘껏 춤추고, 마시고, 또 소리지르자.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이 3년 만에 돌아왔다.




피스트레인에 다녀온 이들이 모두 입을 모아 하는 말이 있다. "피스트레인은 뭔가 달라." 술자리 혹은 티타임에서 피스트레인이 화두에 오를 때마다, 늘 피스트레인의 차별화된 '느낌적인 느낌'을 이야기하지만 이에 동조해왔던 나조차 골똘히 생각해본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왜, 무엇이, 어떻게 다른지. 그러던 와중 페스티벌의 개최를 앞두고 피스트레인의 멋짐을 소개하는 오피니언 아티클을 의뢰받았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한 번 시간내어 생각해보기로 했다.

피스트레인은 공평하다. 우리가 공공연히 말하진 않지만, 분명 공연-페스티벌 마켓에는 보이지 않는 아티스트들 간의 티어가 존재한다. 이 티어에 따라 아티스트는 헤드라이너와 미드라이너, 또 오프너로 구분되며 자신의 위치에 맞게 페스티벌의 부름을 받는다. 여기서 균열이 발생한다. 미드라이너라 생각했던 팀이 가장 큰 폰트 사이즈로 포스터에 기재되거나, 최상위 티어는 맞지만 순전히 취향에 맞지 않는 이들이 헤드라이너로 섭외될 때면 어김없이 설왕설래가 일어난다. 비단 한국만의 일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피스트레인엔 헤드라이너가 없다. 단지 조금 이른 공연과 조금 늦은 공연만이 존재할 뿐이다. 그래서 피스트레인 속 사람들은 모두 느긋하다. 특정 팀(만)을 보기 위해 시간에 쫓겨 허둥지둥할 일이 없기에. 치밀하고 탁월한 시선을 지닌 피스트레인만의 아티스트 큐레이션 덕분에 우리는 언제 어느 무대를 보더라도 특별한 순간을 만끽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피스트레인은 평화롭다. 분명 불야성의 서울을 벗어난 강원도 철원에서 페스티벌이 개최되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비단 지역성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아티스트, 나아가 관객 간 경쟁이 존재하지 않기에 자연스레 서로를 존중하고 화합하는 분위기가 피스트레인 내 자연스레 조성된다. 연령, 국적, 시대, 장르 모두를 하나로 잇는 평화의 무드는 무대 위에서도 엿볼 수 있다. 존 케일(John Cale)이 정밀아 그리고 황소윤과 호흡을 맞추고, 펑크 레전드 글렌 매트록이(Glen Matlock)이 크라잉넛 & 차차와 '말 달리자'를 외치는 순간은 오직 피스트레인에서만 볼 수 있는 광경. 피스트레인의 캐치프레이즈인 '#우리의평화는음악'에 자연스레 고개가 끄덕여진다.

피스트레인은 새롭다. 한국에서 쉬이 보기 어려운 해외 뮤지션들을 피스트레인에선 만나볼 수 있다. 루시 투(Lucie, Too)와 노 파티 포 카오 동(No party For Cao Dong)과 같은 아시아의 떠오르는 뮤지션부터 팔레스타인을 대표하는 프로듀서/DJ 마키막쿡(Makimakkuk)까지. 모두 피스트레인이 아니었다면 좀처럼 볼 수 없었을 팀. 올해 피스트레인 역시 새롭고 반짝반짝 빛나는 음악가들이 다수 포진한 가운데, 개인적으로 관람을 권하고 싶은 일곱 팀을 소개한다.




CHS
피스트레인이 설파하는 여러 가치이념을 모아 인물로 빚는다면 아마 CHS가 탄생하지 않을까. 평화롭고 고즈넉한데 신나기도 한다고? 이게 가능한가 싶지만, CHS는 이 어려운 것을 거뜬히 해낸다. CHS 무대를 오롯이 즐기기 위해 손이 좀 무겁더라도 낚시의자나 돗자리를 챙기는 것도 좋겠다. 'Home'과 같은 대부분의 넘버들은 느긋하게 앉아서 듣는 게 낫지만, '레이디'와 '샤워' 때만큼은 서서 듣길 권한다.



HYBS
영국에 프렙(PREP)과 혼네(HONNE)가 있고, 미국에 시가렛 애프터 섹스(Cigarettes After Sex)가 있다면 태국엔 HYBS가 있다. 최근 첫 해외 공연이자 첫 내한인 잔다리페스타를 성황리에 마친 HYBS가 한 달 만에 한국을 다시 찾는다. 650만 조회수를 기록한 히트 넘버 'Ride'와 내적댄스를 유발하는 이지리스닝 팝 'Dancing With My Phone'을 특히 추천한다. 이번 피스트레인 공연 셋리스트에도 어김없이 함께할 노래들. 아참, 그리고 그룹명은 '하입스'라 읽는다. 페스티벌 사이트에서 이들을 우연히 만난다면 반갑게 인사하자. 하이, 하입스! (죄송합니다.)



소음발광
제19회 한국대중음악상 2관왕에 빛나는 부산 밴드 소음발광이 철원행 기차에 오른다. 클래식한 인디 록부터 포스트 펑크, 하드코어까지. 음악을 넓고 깊게 듣는 이들이라면 소음발광의 공연에 무장해제하고 그야말로 발광해버리고 말 것이다. 관람 팁 하나. 대미를 장식할 '기쁨'에서 합법적인 무대 난입이 벌어지곤 하니 모두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싶다면 플로어 앞에서 미리 대기해보자. 떼창이 벌어질 후렴 가사 숙지는 필수. "이렇다 뭘 해본 적도 없고요 / 살아보려 애쓴 적도 없어요."



봉제인간
봉제인간은 지윤해와 전일준, 임현제가 의기투합하여 새로이 결성한 3인조 록 밴드다. 이들의 -출신 그룹과 같은- 이력은 구태여 서술하진 않겠다. 멜빈스(Melvins)와 다이노서 주니어(Dinosaur Jr.), 디어후프(Deerhoof)를 좋아한다면 봉제인간의 공연 역시 체험해볼 것을 권한다. 안 와닿는다고요? 발매된 음악이 없으니 저도 이렇게 빗대어 설명할 수밖에 없어요. 봉제인간 정말 좋은데 어떻게 표현할 방법이 없네. (산수유 CF 톤으로)



윤수일밴드
넷플릭스의 문제적 작품 <수리남>을 봤다면 배경음악으로 삽입된 '아파트'를 기억할 것이다. 작중 1980-90년대를 그리는 씬에 삽입된 '아파트'는 당대를 대표하는 국민가요였다. 윤수일은 이국적인 외모와 수려한 무대 매너를 바탕으로 큰 인기를 구가했던 청춘스타지만, 넓은 음악적 스펙트럼을 기반으로 주옥과도 같은 곡을 수없이 발표한 한국대중음악사를 대표하는 송라이터이기도 하다. 트로트, 로큰롤, 신스팝, 뉴웨이브... 심지어 시티팝까지. 시대를 앞서간 팝 파이어니어 윤수일의 공연을 절대 놓치지 않길 바란다.



Starcrawler
아쉽게 무산되었던 2020년 피스트레인의 라인업에 스타크롤러(Starcrawler)가 있었다. 당시 셀프 타이틀 데뷔 앨범과 2집 [Devour You]를 연이어 발표하며 영미 씬의 기대를 한 몸에 받던 유망주였기에 그 아쉬움은 더했다. 그로부터 2년 뒤, 스타크롤러가 새 앨범을 들고 더욱 진화한 모습으로 다시금 한국을 찾는다. 오지 오스본(Ozzy Osbourne)과 이기 팝(Iggy Pop)의 그것을 연상케 하는 보컬 애로우 드 와일드(Arrow de Wilde)의 자기파괴적 퍼포먼스는 여전히 유효하다. 신보 [She Said] 수록곡이 셋리스트의 대부분을 차지하겠지만, 가장 큰 환호를 이끌어낼 노래들은 데뷔 앨범에 실린 트랙일 것이다. 'I Love LA', 'Chicken Woman', 'Pussy Tower'.



Inspector Cluzo
2009년, 2012년, 2014년 총 세 번에 걸쳐 한국을 찾았던 프랑스의 베테랑 밴드 인스펙터 클루조(Inspector Cluzo)도 피스트레인 무대에 오른다. 야외 뮤직 페스티벌에서 기대하는 것이 각자 다르겠지만, (안전한) 슬램과 모싱 또한 빼놓을 수 없는 백미 아니겠는가. 직선적인 로큰롤과 훵크를 추구하는 인스펙터 클루조의 공연에서 어쩌면 피스트레인 역사상 가장 큰 서클핏이 만들어질지도 모른다. 동명의 트랙 'The Inspector Cluzo'에서 펼쳐질 드럼 해체 쇼 또한 놓치지 않길 바란다. '스토리각'이니까.





☮ Writer | 키치킴


2013년, 뮤직 에디터로 비지니스에 처음 뛰어든 이래 지금까지 음악에 관한 이런저런 일을 하고 있다. 현재는 포크라노스의 팀장으로 디지털 컨텐츠부터 바이닐 제작까지 브랜드의 얼굴에 해당하는 일들을 담당하고 있다. 음악을 소개해서 번 돈으로 다른 사람이 소개한 음악을 사는 데 탕진한다. 늘 허둥대는 탓에 택시 이용이 잦다. 세계 각지에서 탄 택시 후기들을 엮은 <나의 개인택시탑승기>를 발간할 예정이다. 거짓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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