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미래로 가는 평화 열차에 동승한 살아있는 전설들 / 박은석

2019-03-19 15:30

(왼쪽부터) JOHN CALE(Velvet Underground), 정태춘 박은옥, 崔健(Cui Jian)


미래로 가는 평화 열차에 동승한 살아있는 전설들 / 박은석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이 두 번째 운행을 시작한다. 강원도 철원군의 비무장지대 인근이라는 지리적 위치에서부터 “평화에게 기회를!(Give Peace a Chance)”는 관념적 지향까지, 목적지는 지난해와 동일하다. 달라지는 게 있다면 이 ‘평화의 열차’에 동승하는 인물들일 텐데, 여기서 잠시 기억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작년 우리는 섹스 피스톨스(Sex Pistols)의 멤버 글렌 매트록(Glen Matlock)이 자발적으로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의 라인업에 합류한 것을 두고 “남북한 간의 전향적 평화 모색 분위기 속에서 피스트레인이 전 세계의 예술가들에게 어떤 영감과 신호를 주고 있는지 가늠할 수 있는 사건”이라는 의미를 부여한 바 있다. 그것은 요컨대, 결코 과장이 아니었다. 첫 번째 ‘평화의 열차’가 송출한 영감과 신호가 전 세계의 예술가들로부터 더욱 강력하게 증폭된 메시지로 회답을 받았으니까. 2019년 ‘DMZ 피스 트레인’에 오를 첫 탑승자들의 면면이 바로 그 증거다. 존 케일(JOHN CALE), 최건(崔健, Cui Jian), 그리고 정태춘과 박은옥 – 시대정신을 평생토록 실천함으로써 평화열차의 승차권을 스스로 발급받은 고집 센 장인들 말이다.


존 케일 JOHN CALE (Velvet Underground)


 존 케일(JOHN CALE)은 《롤링스톤》 매거진이 ‘모든 대안적인 것들의 원조’라고 경의를 표한 밴드 벨벳 언더그라운드(Velvet Underground)의 핵심 멤버였던 인물이다. 클래식을 전공하고 아방가르드를 섭렵하면서 포크부터 일렉트로니카까지를 아우른 전방위 예술가답게, 그리고 웨일스(Wales)에서 태어나 잉글랜드에서 수학하고 아메리카에서 활동한 코스모폴리턴답게 그는, 음악적 장르의 기준선에서부터 지도 위에 그어진 국경선까지 그 어떤 인위적인 경계에도 얽매이지 않는 무고집의 고집을 실천해왔다. ‘파리 평화협정’을 주제로 앨범을 만들고 전 세계 7개국에서 해당 작품 전체를 무대에 올린 바 있는 이력은 그가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에 제시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탑승권이다.


崔健(Cui Jian)


 ‘중국 록 음악의 아버지’로 존경받는 최건(崔健, Cui Jian)은 한국인의 후손이라는 사실로도 우리에게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런 측면에서 그는 ‘구 소련 록 음악의 개척자’인 빅토르 최(Victor Choi)와 여러모로 닮은 꼴이기도 한데, 사회주의 강대국의 낯선 땅에서 태어난 운명부터 이데올로기의 격변기에 등장한 시점과 개혁을 요구하는 청년세대를 대변했던 역할까지도 흡사하다. 심지어 정권의 억압을 받았음에도 결코 그 뜻을 굽히지 않았던 태도를 통해 저 유명한 ‘최씨 고집’의 유효 영역을 국제적으로 확장시켰다는 호사적 측면조차도 일치한다. 우리의 <임을 위한 행진곡>과 빅토르 최의 <Blood Type>에 필적하는 노래 <Nothing to My Name>이 그의 승차권이다.


정태춘 박은옥


 정태춘과 박은옥을 단지 포크 뮤지션으로만 한정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 행동하는 지성의 표본으로서 두 사람은 음악가이자 시인인 동시에 혁명가이자 시민으로 군사독재와 천민자본의 시대를 끊임없이 거슬러 살아왔으니까 말이다. 스스로를 ‘부적응자 혹은 이상주의자. 그것도 완고한’이라고 규정한 바 있었던 정태춘은 데뷔 40주년을 맞이한 오늘까지 민주적 집회에 개근하고 상업적 방송활동을 거부하는 방식으로 스스로의 약속을 지켜온 원칙주의자이기도 하다. 한국적 서정의 걸작이라 평가받는 앨범 <시인의 마을>에서부터 사회적 투쟁의 도구로서 현실을 향해 내던진 <92년 장마, 종로에서>까지, 정태춘과 박은옥에게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이 초청장을 보내야만 하는 이유는 차고 넘치지만, 무엇보다 음반 사전심의 제도의 위헌 판결을 이끌어낸 투쟁으로 대한민국의 예술계에 준 영감이야말로 그 가장 큰 근거라고 할 것이다.



 페스티벌이라는 개념은, 고리타분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고대 농경사회의 제의에서 기원한 생래적 특성상 공동체적 가치를 추구한다는 측면에서 일반적인 콘서트와 다르(고 달라야만 한)다. 예컨대 스티브 잡스가 매킨토시의 개발에 몰두할 무렵 공동창업자이자 개인용 컴퓨터 시대의 설계자였던 스티브 워즈니악이 록 페스티벌을 기획하고 나선 것은, 그리고 그 페스티벌을 작가 톰 울프가 명명한 ‘자기중심주의의 1970년대’와 결별한다는 의미에서 ‘우리들(Us Festival)’이라고 이름 붙인 것은 앞서의 전제에 대한 알레고리로서 맥락을 같이한다. ‘우드스탁 페스티벌(Woodstock Festival)’을 필두로 ‘롤라팔루자(Lollapalooza)’를 거쳐 ‘버닝 맨 페스티벌(Burning Man Festival)’까지, 페스티벌에 대한 평가가 그것의 시대정신에 대한 태도를 통해 결정되어 온 것처럼 말이다.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이 저 고집 센 노장들에게 경의를 표하(여야만 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평화에 대한 염원은 상업자본의 수익사업이나 지자체의 홍보 도구 따위로 이용되기에 너무 중요한 가치이기 때문이다.


LEGENDARY 플레이리스트

John Cale - Hallelujah




崔健(Cui Jian) - 一無所有 / Nothing to My Name




정태춘 박은옥 - 사랑하는 이에게




☮ Writer | 박은석


대중음악 평론가로 한국 대중음악상 선정위원과 EBS TV '스페이스 공감'의 기획위원으로 활동하는 한편, 공연기획자로 다수의 뮤직페스티벌에서 큐레이터 역할을 병행해오고 있다.